영어 단어 스트라이크(strike)는 ‘때리다. 명중 시키다’는 뜻을 갖고 있다. 또 자동사로 쓰일 때 ‘타격을 가하다. 점화시키다’는 뜻도 있다.축구에서 스트라이커(striker)라면 말 그대로 골을 명중 시키거나 상대 수비에 타격을 가하거나, 공격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는 선수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월드컵에서는 말 그대로의 역할을 해내는 스트라이커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압박이 치열해, 단조롭게 보일 수 있는 경기를 명승부로 만든다.
5일 포르투갈전만 해도 미국의 맥그레이브가 골은 물론 찬스를 만들어 주는 역할까지 해낸 것이 바로 승부와 직결됐다. 아일랜드는 독일에게 거의 패할 뻔했지만 종료 직전 로비 킨이 극적인 동점골을 뽑았다. 아르헨티나가 힘겹게 나이지리아를 이긴 것도 바티스투타가 도저히 나올 것 같지않은 사각지대에서 정확한 헤딩슛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세네갈의 디우프는 완벽하게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황선홍도 폴란드전서 깔끔한 선제골로 승리를 이끌었다. 우루과이전서 2골을 뽑은 토마손(덴마크), 오른발로 패스를 받아 몸을 틀며 넘어지면서 왼발 슛을 성공시킨 환상의 라울(스페인), 쉬워 보이지만 정확한 인사이드킥을 선보인 비에리(이탈리아), 센터링이 빗나갈 상황에서 점프슛을 성공시킨 호나우두(브라질) 등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진정한 스트라이커들이다.
수비가 점점 강해지는 영향 탓인지 현대축구에서 스트라이커의 득점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일례로 94년 월드컵서 스트라이커의 득점비율은 66.7%였지만, 98년 대회서 54.4%로 무려 12% 이상 줄었다. 반면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득점률이 높아 졌다.
그러나 골은 역시 스트라이커에게서 터져야 제 맛이다. 스트라이커의 골은 의외의 상황, 또는 일정한 연습패턴에 의해 터지기 때문에 장면 자체가 멋있고 환상적이다. 하지만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득점은 세트플레이나 기습적인 중거리 슛이 대부분이어서 작품성이 떨어진다.
정확한 통계는 뽑아보지 않았으나 어림잡아도 이번 대회 스트라이커의 득점률은 70%가 넘을 것 같다. 스트라이커들이 이번 대회 가치를 높여주고 있는 셈이다. 역대 대회의 통계를 보면 스트라이커들의 득점비율은 16강전 이후 점점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16강전 이후는 정말 강팀들의 대결이다. 말하자면 강팀은 확실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의미이다.
스타는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확실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K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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