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더 이상 우유를 보관할 곳도 없어요.’ 올들어 우유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비량은 큰 폭으로 줄어 우유파동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이런 가운데 우유감산을 위해 정부가 추진중인 ‘젖소도태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대책도 헛돌아 우유를 무더기로 폐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고 있다.
■잉여우유 역대 최고
6일 농림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올 1~4월 우유생산량은 87만3,300톤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3%나 증가했다.
반면 소비량은 딸기우유 등 가공시유가 52만6,900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3.1%, 백색시유(일반 흰우유)는 44만톤으로 6.1%나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외국산 분유 수입량은 8,005톤으로 지난해 보다 53.7%나 늘어난 상황이다.
이 결과 지난해말 5,806톤이었던 국산분유 재고량이 5월말 1만8,600톤으로 늘어 최고 기록인 98년 1만6,197톤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대책이 없는 한 초등학교 방학 등으로 잉여우유가 크게 늘어나는 연말과 내년초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이미 3월초 잉여우유가 수용한계를 넘어서자 우유 500~600톤을 군부대와 사회시설 등에 무상 지급해 우유폐기 위기를 넘겼다.
M유업 관계자는 “국내 우유생산량이 유가공업체의 수용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근본적인 수급대책이 없는 한 ‘폭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외국산 수입도 한 몫
우유가 이처럼 남아도는 것은 정부 지원으로 낙농가의 우유생산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소비량이 그만큼 늘지 못했고, 제과제빵업체 등이 저렴한 외국산분유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농림부가 우유감산을 위해 4월22일부터 시작한 ‘젖소도태사업’은 낙농가의 외면으로 지지부진한 상태.
도태된 젖소는 5월말 현재 8,188두로 목표수량 3만여두의 27.3%에 그치고 있다. 농림부는 실적이 미진하자 기한을 이달 22일까지 한달 더 연장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1마리당 20만원을 지원한다고 낙농가들이 300여만원이 되는 소를 쉽게 도태하겠느냐”며 “낙농가들이 할당제에 대비해 우유생산량과 젖소를 줄이려 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완배(金完培ㆍ농경제사회학부)교수는 “근본적으로 수급불균형 문제로 우유 고품질화와 유가공품 차별화 전략으로 생산규모를 적정화 하고 소비를 확대, 외국산 제품에 경쟁해야 한다”며 “정부와 낙농단체들은 이를 위한 낙농산업 구조조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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