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성장ㆍ분배와 관련된 경제 인식보다는 북한 및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자신의 이념 성향을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일보사가 창간 48주년(9일)을 맞아 김병국(金炳局) 고려대 교수 등 자문교수단 4명과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사에 의뢰해 지난달 27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교수단의 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성장과 분배를 기준으로 삼는 서구식 이념 성향 판단과는 달리 대북 및 기본권 인식을 축으로 스스로의 이념을 진보_보수로 갈랐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인의 이념이 서구의 이념 형성 과정과는 다른 역사적 요인에 의해 결정돼 왔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전쟁과 분단, 독재의 경험에 따른 정치 의식이나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이념 성향이 형성돼 온 것으로 해석됐다.
응답자들은 대북 경제지원과 통일 등 대북 인식에서 보수적 태도를 강하게 드러냈다. 기본권 인식과 관련된 국가보안법 개폐, 공공산업종사자 파업, 호주제 개폐 등에 대해서는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대북 경제 지원 방식에 대해 ‘현재보다 줄여서 인도적 지원에 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44.1%로 가장 많았으며 ‘북한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므로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 15.0%를 포함, 현행 대북 지원의 수정을 바라는 의견이 59.1%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수준의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견해는 23.3%였고, ‘같은 민족이므로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16.6%로 집계됐다.
또 공공산업 종사자의 파업과 관련, 응답자의 34.2%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해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고,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가 30.9%로 그 뒤를 이었다. ‘어느 정도 할 수 있다’와 ‘할 수 있다’는 각각 26.2%, 7.9%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과정에는 김 교수와 이래영(李來榮)고려대, 김주환(金周煥)연세대, 김민전(金玟甸)경희대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김 교수 등은 “서구의 이념 분화는 산업화 과정에서 싹튼 계층 갈등의 산물”이라며 “한국도 고도 성장 과정에서 경제적 갈등이 있었지만 그 보다는 분단과 전쟁, 정치적 억압과 저항이 사회적 갈등의 중심이었다”고 설명했다.
황영식기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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