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론조사에서 한국적 진보_보수의 중요한 잣대로 확인된 대북 및 기본권 인식 영역에서 응답자들은 대체로 보수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한국적 진보_보수 잣대와 연관성이 크지 않은 개별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대단히 진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북 인식’ 영역에 속한 대북 경제 지원에 대한 의견(설문 7)에서 응답자의 15.0%는 전면 중단을, 44.1%는 인도적 지원 한정을 택했다. 현재 수준 지속 23.3%와 더욱 확대 16.6%를 합친 진보적 태도보다 보수적 태도가 절반 정도 더 많았다.
‘기본권 인식’ 영역에 속한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설문 2)에서도 부분 개정(40.4%)이나 현행 유지(12.2%) 의견이 52.6%에 이르러 대체 입법(34.5%)이나 즉각 철폐(7.3%) 의견의 41.8%를 웃돌았다.
같은 영역에 속한 공공산업 종사자의 파업 문제(설문 7)에서도 보수 성향의 응답이 65.1%로 진보 성향의 34.1%를 크게 웃돌았다.
호주제 폐지 여부(설문 8)에서는 보수 성향이 더욱 강세를 보여 진보 성향의 2배를 넘었다.
이와 달리 성장과 복지(설문 5), 고소득자 세금(설문 6), 여성 의무고용 비율 할당제(설문 9), 사회 지도층 연소화(설문 10), 수입과 여가(설문 11) 등에서는 진보적 응답이 보수적 응답을 크게 웃돌아 대조적이었다.
여기서도 이념적 태도의 분화는 오차 범위를 크게 넘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어느 한쪽의 이념 태도가 우세함을 드러낸 것으로 이념 갈등이 아직 본격적인 대립ㆍ충돌 상황에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또 활발한 정치ㆍ사회적 논쟁이 이뤄졌거나, 특히 정당간 공방을 빚은 쟁점에서는 보수적 태도가 우세한 반면 ‘접촉’경험이 비교적 적은 쟁점은 원칙론 차원의 진보적 태도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이해된다.
원칙론 수준의 진보적 태도는 강한 변화 욕구를 반영한다. 아직 경험 축적을 통해 개개인의 이념으로 정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쟁점이 이념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설문 작성 과정에서 진보_보수 분포가 상당히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 대미 관계에 대한 의견(설문 4)은 주관적 이념 성향 판단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던졌다.
참여 교수단의 분석 결과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은 ‘미국과의 우호 관계 유지’를 택한 반면 ‘미국과 되도록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쪽은 가장 보수적 성향의 응답자들이었다.
더욱이 보수적 성향의 응답자들 중에는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라는 대미 의존적 자세를 보여 적어도 대미 관계에 있어서는 보수파가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는 보수파 내부에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감안, 미국을 안보 관점에서 보는 시각과 ‘민족’ 의식이 개입한 결과 ‘외세’로 보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황영식기자
yshwang@hk.co.kr
■기타문제
*여성 의무 고용
신입 사원 채용시 여성 의무 고용 신입 사원 채용시 여성 의무 고용 비율을 두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53.9%에 달했다.
‘매우 찬성한다’(29.0%)까지 합치면 긍정적 답변이 82.9%에 이르렀다. 반면 ‘대체로 반대’(14.0%) ‘매우 반대’(2.1%) 등 부정적 견해는 적었다.
긍정적 답변은 여성 85.7%, 남성 79.9%로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반대의견이 22.6%에 달해 30~50대의 13.2~14.5%보다 크게 많았다.
20대의 반대가 17%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으나 여성 차별 의식보다는 취업 경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사회 지도층 연소화
각 분야 지도층의 연소화에 대해서는 ‘매우 찬성’이 24.5%, ‘대체로 찬성’이 56.1%인 반면 ‘대체로 반대’ 17.5%, ‘매우 반대’는 0.9%에 그쳤다.
IMF 경제위기 이후 각 분야에서 진행된 인위적 세대교체를 감안하면 놀라울 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20,30대의 반대 의견이 각각 12.2%, 11.1%에 머문 반면 40대 이후의 반대 의견이 약 2배인 20% 이상으로 높아져 피해 의식을 드러냈다.
*돈이냐, 여가냐
수입 증가를 포기하더라도 여가를 더 갖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매우 찬성’이 16.4%, ‘대체로 찬성’이 42.1%로 찬성 의견이 58.5%에 이른 반면 ‘대체로 반대’ 16.3%와 ‘매우 반대’ 2.1%를 합친 반대 의견은 18.4%에 불과했다.
‘그저 그렇다’는 유보적 답변도 23.1%나 됐다. 특히 20대의 반대가 5.7%에 그친 반면 50대에서는 34%를 넘어 세대별로 확연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노부모 봉양
노부모를 반드시 자식이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찬성’이 27.8%, ‘대체로 찬성’이 53.8%로 81.6%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반대 의견은 연령별로 커다란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20대가 11.8%로 가장 낮았다. 반면 성별 인식차가 뚜렷해 여성의 반대 의견은 24.1%로 남성 11.8%의 2배를 넘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설문 및 응답집계
문1)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의견.
① 북한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므로 전면 중단 (15%)
② 현재보다 줄여서 인도적 지원에 한정 (44.1%)
③ 현재 수준의 지원을 지속 (23.3%)
④ 같은 민족이므로 더욱 확대 (16.6%)
⑤ 무응답(1%)
문2) 국가보안법 개정문제는.
① 즉각 철폐 (7.3%)
② 인권침해 소지가 없는 새로운 법으로 대체 (34.5%)
③ 북한 태도 봐 가며 부분적으로 개정 (40.4%)
④ 그대로 유지 (12.2%)
⑤ 무응답(5.6%)
문3) 통일에 대한 의견은.
① 사회ㆍ경제적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꼭 해야 (15.2%)
② 여건을 봐 가며 속도를 조절해 추진 (51.6%)
③ 사회ㆍ경제적 희생이 크다면 통일을 서둘 필요가 없다 (28.7%)
④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 (4.3%)
⑤ 무응답 (0.2%)
문4)미국과의 관계.
①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해야 (6.3%)
② 미국과의 우호 관계는 유지해야 (50.1%)
③ 미국 중심의 외교에서 탈피해야 (31.8%)
④ 미국과 되도록 거리를 두어야 (10.3%)
⑤ 무응답 (1.5%)
문5) 현시점에서 경제성장과 복지정책에 대해.
① 경제적 약자를 위한 분배가 우선이므로 복지에 치중해야 (23.8%)
② 다른 분야 예산을 줄여서라도 복지 예산을 다소 늘려야 (46.4%)
③ 경제성장이 중요하므로 복지예산은 현수준으로 동결해야 (16.1%)
④ 복지예산을 줄여서라도 경제성장에 힘을 기울여야 (11.2%)
⑤ 무응답 (2.5%)
문6)고소득자의 세금에 대한 의견.
① 소득 재분배를 위해 고소득자의 세금을 크게 늘려야 (64.3%)
② 고소득자 세금을 조금은 늘려야 (25.2%)
③ 고소득자 세금을 현재대로 두어야 (5.6%)
④ 고소득자 세금을 낮추는 것이 경제 성장에 오히려 도움 (4.2%)
⑤ 무응답 (0.7%)
문7) 대중교통, 전기 등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산업 종사자의 파업은.
① 다른 산업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파업을 할 수 있다 (7.9%)
②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 (26.2%)
③ 특수 산업이므로 되도록 하지 말아야 (30.9%)
④ 시민생활에 불편을 주므로 파업은 하지 말아야 (34.2%)
⑤ 무응답 (0.8%)
문8) 여성계를 중심으로 한 호주제 폐지 주장에 대해.
① 호주ㆍ호적제를 완전 폐지해야 (13.8%)
② 호주ㆍ호적제를 크게 수정해야 (16%)
③ 호주ㆍ호적제를 유지하되 남편 사망시 부인이 호주를 승계하는 등 일부 개선 (52.9%)
④ 호주ㆍ호적제를 현행대로 유지 (14.9%)
⑤ 무응답 (2.4%)
문9) 여성의 사회 참여를 늘리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시 여성 의무 고용 비율을 두자는 주장에 대해.
① 매우 찬성 (29%) ② 대체로 찬성 (53.9%)
③ 대체로 반대(14%) ④ 매우 반대 (2.1%)
⑤ 무응답(1.0%)
문10)우리 사회 각 분야의 지도층이 더욱 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① 매우 찬성 (24.5%) ② 대체로 찬성(56.1%)
③ 대체로 반대(17.5%) ④ 매우 반대(0.9%)
⑤ 무응답(1%)
문11)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일을 더 하기보다 여가를 갖고 싶은가.
① 매우 찬성 (16.4%) ② 대체로 찬성 (42.2%)
③ 그저 그렇다 (23.1%)
④ 대체로 반대(16.3%) ⑤ 매우 반대(2%)
문12) 노부모는 반드시 자식이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① 매우 찬성 (27.8%) ② 대체로 찬성(53.8%)
③ 대체로 반대(17.2%) ④ 매우 반대(0.9%)
⑤모름(0.3%)
문13) 5년 후 당신의 경제상태에 대해.
① 크게 좋아질 것 (8.3%) ② 다소 좋아질 것 (55.3%)
③ 변화가 없을 것 (30.5%) ④ 다소 나빠질 것 (4.3%)
⑤ 크게 나빠질 것 (0.4%) ⑥ 무응답 (1.2%)
문14) 자신의 이념 성향이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대단히 진보적이면 0점, 중도적이면 5점,
대단히 보수적이면 10점을 기준으로 0에서 10점 범위 내에서 응답.
0(1.4%) 1(2.7%) 2(6.5%) 3(8%) 4(6.3%) 5(38.6%) 6(6.2%) 7(10.6%)
*나머지 6개항은 (하)편에 게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