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6일 탱크를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를 공격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던 중동 상황이 다시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파견해 평화 협상 중재에 나선 미국은 아라파트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내 팔레스타인 정부 개혁과 동시에 후계 구도를 적극 모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탱크, 장갑차 50여 대와 불도저 6대를 앞세워 라말라 남부 지역을 가로질러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청사 구역에 진입했다. 소식통들은 청사를 에워싼 이스라엘군이 아라파트의 침실을 포함한 청사 내 수개 건물에 포격과 기관총 사격을 퍼부었으며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정보 관리 한 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사 내에 있던 아라파트 수반은 무사하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은 공격을 자치정부 청사에 국한했으며 6시간 만에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전날 북부 메기도에서 버스 내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13명을 포함, 적어도 18명이 숨진 뒤 이루어졌다.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는 1967년 발발한 중동전쟁 35주년에 맞춰 예닌 출신의 함자 사무디(16)가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자폭 공격 직후 아리엘 샤론 총리는 7일 미국 방문 일정을 하루 늦추고 긴급 각의를 소집했으며 이스라엘군은 아파치 헬리콥터와 탱크를 동원해 예닌과 베들레헴 등의 이슬람 지하드 거점을 급습했다.
한편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테러범들은 평화를 추구하는 이스라엘 국민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주민의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앗아가는 적”이라며 팔레스타인의 공격을 비난했다.
그는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폭력 행위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하는 과정에서 아라파트 수반의 역할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으며 아라파트의 지도력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라파트 수반이 자치정부 지도자이지만 건설적인 역할을 맡을 다른 많은 이들이 있다”고 말해 앞으로 6개월 안에 치러질 팔레스타인 총선과 자치정부 수반 선거에서 아라파트 후계 구도를 현실로 옮길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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