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박사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월드컵 개막전에서 우승 후보 1순위 프랑스가 아프리카의 처녀 출전국 세네갈에게 일격을 당한 데 이어 한국이 유럽의 전통 강호 폴란드에게 압승을 거두는 등 이변의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베팅 관련데이터들을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국·일본 16강 가능"
4일 한국과 폴란드의 경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도박사들에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관심 밖이었다.
우승 가능성은 물론이고 16강 진출에도 적잖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일본과 벨기에전에 이어 한국과 폴란드전을 지켜보고 눈이 휘둥그레해진 세계 도박사들은 서둘러 베팅 테이블에 한국과 일본 리스트를 올려놓았다. 한국과 일본의 우승 가능성도 덩달아 껑충 뛰어올랐다.
세계적인 베팅 전문업체들은 5일 150대 1~ 200대 1에 불과하던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하루 밤 사이 66대 1~80대 1로 일제히 대폭 상향 조정했다. 스포츠 베팅 전문업체인 유로베트(eurobet)는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66대 1로 조정했다.
한국의 배당률은 출전 32개 국 가운데 러시아, 스웨덴, 멕시코와 똑같은 11번째로 포르투갈(14대 1)보다는 높지만 일본 80대 1, 아일랜드 100대 1, 미국 200대 1에 비해 낮은 것이다. 우승 가능성은 브라질이 7대 2로 가장 높았고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가 각각 4대 1, 프랑스 13대 2 순이었다.
지난해 12월 본선 조 추첨 직후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1%로 낮게 평가했던 영국의 ‘윌리엄힐(williamhill)’도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32개국 중 15번째인 81대 1로 재평가,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 아시아도 도박 열풍
절대 강자, 절대 약자도 사라진 월드컵의 묘미가 더해지면서 축구 도박 열풍도 거세지고 있다. 세계 도박사들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이 스포츠 도박 사상 최대의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이 지난해 말 도박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한 데다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도박시장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예상을 깨고 아시아 국가들이 선전을 보이면서 최대 도박 시장인 홍콩과 태국 등 아시아 사람들의 도박 심리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이번 월드컵이 축구 도박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대회가 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 배팅액 29억弗 달해
월스트리저널은 이번 월드컵 기간 전세계 도박꾼들이 걸 도박 금액이 29억 6,000만 달러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어느 지역보다 동남아 국가들의 축구도박 열풍이 뜨겁다.
대부분 국가들이 축구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인터넷과 국제 도박조직까지 가세한 축구 도박 바람을 막을 길이 없다. 태국 방콕의 뒷골목에서만 2억700만 달러로 추정되는 판돈이 한 골 한 골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베팅 풍속도도 요지경이다. 우승팀 알아맞히기나 경기별 스코어 맞히기는 식상하다. 축구와 관련, 돈을 걸 수 있는 모든 대상에 운을 시험해 보고 있다. 경기별로 코너킥이 몇 번이나 나올지, 골이 몇 분대에 터질지에서부터 어떤 숫자대의 등 번호를 가진 선수가 골을 넣을지도 베팅 대상이다.
■ 선수 머리모양도 대상
한술 더 떠 윌리엄힐은 ‘잉글랜드 슈퍼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이번 월드컵에서 헤어스타일을 두 번 이상 바꿀 것’이라는 베팅 항목을 내걸었다.
이번 대회 중에 한번 이상 틀린 국가가 연주될 것이라는 항목에는 8배의 배당금이 기다리고 있다. 영국에서 도박 붐을 업고 월드컵 기간 런던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 중인 이 업체는 결승전에서 그라운드를 나체로 질주하는 스트리킹이 발생할 경우 20배의 배당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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