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유서 깊은 서점인 종로서적이 4일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개화기인 1907년부터 겨레의 책 읽기에 씨를 뿌려온 이 상징적 서점이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것이 서운하고 충격적이다.
몰락의 큰 원인은 현대화 경쟁에서 밀리고 인터넷서점의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좁고 오래된 건물의 특성 상 매장이 여러 층으로 나뉘고 주차장 시설이 없어 주변의 새롭고 쾌적한 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불리했고, 인터넷서점의 도서 할인판매 전략으로 경영 상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사분규와 창업자 가족 간의 갈등이 보태져 능동적 변화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한다. 이 점에서 종로서적의 부도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영혁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1980년대까지 서울 종로2가에는 종로서적 외에 ‘양우당’ ‘삼일서적’등이 위치해 젊은이 중심의 지적 문화공간을 형성해 왔다.
흔히 약속장소로도 이용되던 종로서적이 영업을 중단함에 따라, 추억의 서점거리 종로가 새로운 대형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를 중심으로 재편될 형편이다.
종로서적의 부도는 현재 서점이 겪고 있는 경영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서점의 도서할인은 서점 경영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먼저 서점의 경영혁신과 자구책이 중요하지만, 당국으로서도 서점운영 보호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서점문화’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1997년 5,407개에 이르던 전국의 서점은 지난해 말 2,696개로 급격히 줄어 들었다.
서점과 공생관계에 있는 출판사들이 중심이 되고 독자들이 참여하여 종로서적 살리기 운동이라도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종로서적이 지금까지의 성격을 크게 바꾸어 신간서적과 고서를 함께 취급하는 서점으로 변신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신간서적 못지않게 문화적으로 큰 기여를 하는 헌책을 우리는 지금 너무 홀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문화육성 차원에서 이런 변화를 지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종로서적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서점 자체가 소중하게 보호해야 할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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