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지난 달 지수조정기 동안 정보기술(IT)과 수출 관련주를 철저히 외면한 반면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와 통신, 유화주 등 내수ㆍ실적호전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일부 외국인들의 단타매매 경향엔 유의해야 하지만, 외국인들이 조정장에서 매수주체로 다시 부상할 경우 이들 종목이 시장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ITㆍ수출주 외면
올들어 외국인이 지난 달 말까지 기록한 누적 순매도 금액은 약 3조5,000억원. 이중 삼성전자만 총 930만주, 금액으로는 3조원이 넘는 규모다. 미국시장 불안감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경기 회복의 지연가능성, 추가적인 시장상승 모멘텀 부재 등 악재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반도체 뿐 아니라 기술주 전반이 매물 공세에 시달렸다. 불투명한 미국경기 전망은 수출주 악재로 귀결됐고, 원화 강세 등 환율불안과 유가불안도 수출주 탄력 상실의 계기로 작용했다. 삼성SDI나 삼성전기 등도 지속적인 매도타깃이 됐고, 4일 반등에 성공한 현대차 역시 지난달까지 원화강세 부담감과 외국인 공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실적ㆍ내수주 매집
반면 금융ㆍ통신ㆍ유화업종을 비롯해 실적이 뒷받침된 우량 개별주 중심의 내수주들은 신바람이 났다. 한미은행의 경우 지난 달 10일간 외국인 순매수세를 타며 외국인지분율이 52%에서 무려 11%포인트나 상승했고, 한국단자(16일 순매수)도 4월 말 지분율 20.02%에서 지난 달 말 27.57%로 급증했다.
이 밖에 굿모닝증권과 대구은행 서울증권 국민은행 등이 열흘 이상 외국인 순매수 종목군에 포함됐고, 현대해상, LGCI 등도 조정기 지수 방어에 일조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실적 뿐 아니라 환율 변수에 둔감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양증권 서형석 연구원은 “포철과 한전 등은 2월의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원활하게 소화된 데다 최근 원화강세로 원가경쟁력 회복 및 실적호전 기대감과 함께 매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KTF 국민카드 기업은행 하나로통신 등 금융ㆍ통신주 지분율이 1%포인트 이상 늘었다.
■외국인 투자패턴 지속될까
한양 서 연구원은 “은행ㆍ통신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인 선호주 지분율이 연초보다 급격히 낮아져 추가적인 매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들 종목의 편입비중이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5월 매도물량이 거의 없었고, 최근의 환율불안과 프로그램 매매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지분율이 53%대를 유지하고 있어 기술주 수난시대의 마감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외국인들의 가치주 투자 패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증권 김평진 연구원은 “2분기까지는 수출모멘텀 등 조정 탈피의 신호가 제시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정이 지속되는 동안 외국인이 매수세로 전환할 경우 은행ㆍ통신주 등 가치주의 시세가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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