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확산되고 있는 ‘개인 워크아웃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갑작스러운 가계 파산사태를 막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모럴해저드를 부추기고, 부실 총량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4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과 카드사들이 정부 시책에 발맞춰 각종 신용갱생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대환(貸換) 대출을 확대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국민, 한미은행 등이 2개월 이상 카드 연체자에게 은행계정에서 대환대출을 해주는 개인워크아웃제를 도입했고, 삼성ㆍ외환카드 등도 기존 카드 빚을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갱생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환대출이란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연체한 고객에게 돈을 빌려줘 그 대출금으로 연체 빚을 갚도록 하는 제도.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대환대출이 빚으로 빚을 막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악성부채의 총량만 늘리는 ‘덫’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연체된 채권을 신규대출로 바꿔주기 때문에 장부상 부실자산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는 부실자산을 계속 안고 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대환대출로 전환해주면서 연대보증인을 요구, 가족이나 친지들까지 신용불량자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대환대출이 확대될 경우 잠재 부실자산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철저한 신용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대출은 채무액이 작고 대상자가 많아 사후 관리 측면에서 워크아웃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개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제도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워크아웃이 확산될 경우 “일단 쓰고보자, 나중에 채무탕감 받자”는 식의 잘못된 의식을 조장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개인워크아웃제를 여론몰이식으로 확산시키려는 정부 방침에는 문제가 있다”며 “워크아웃대상 개인 채무자의 선정기준 및 구제절차를 정부 차원에서 정교하게 표준화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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