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11시께 한국의 이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도쿄의 유흥가 록퐁기 거리. 잉글랜드-스웨덴전을 관전한 서포터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러나 거리는 이미 경찰이 장악해 삼삼오오 흩어질 수 밖에 없었다. 큰소리로 응원가를 부르기라도 하면 수십 명의 경찰들이 둘러싼다.경찰은 ‘조용히’ ‘이동해주세요’라는 영어표지판을 들이대며 압박을 가한다. 일본 언론들은 “다행이 이날 큰 소동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경찰의 대응은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공동 개최국이라는 점. 잉글랜드의 한 서포터는 “일본의 문화와 관습을 최대한 존중해도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즐겁게 응원하면 모두 훌리건인가?” 라고 반문한 그는 “일본 경찰은 외국인의 풍속과 문화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코하마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는 외국 기자들은 “일본에서는 경기장에서만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고 비꼬고 있다.
삿포로 상점 주인들은 “경찰의 경비로 평소보다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고 울상이다. 일본 경찰은 안전을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한 경기 중계도 금지하고 있어, 거리에서 TV 등으로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르헨티나의 한 기자는 “잔치는 한국에서만 열리는 것 같다. 일본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열기가 살아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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