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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세력 없는데 물량은 쏟아내고…증시 수급 꼬이네

입력
200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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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은 좁은데 금붕어만 계속 넣으면 어쩌자는 겁니까.”증시 수급이 갈수록 어긋나고 있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12조5,000억원대를 유지하던 고객예탁금은 10조원대를 위협할 정도이고, 투신권의 간접자금도 정체된 채 환매불안이 커지는 추세다. 또 주식보유 비중을 지난 해 9ㆍ11 직전 수준으로까지 줄여놓은 외국인은 시장의 기대를 조롱하듯 변죽만 울리고 있는데 증시 공급물량은 더욱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달 4조8,000억원(기관ㆍ개인물량 1조3,000억원)에 달했던 KT 청약물량에 이어 이달중 하이닉스반도체 담배인삼공사 우리금융 등 2조원 규모의 물량이 시장에 들어온다. 살 돈은 없는데 팔 물량만 쏟아지는 형국이다. 우선 국민은행 등 하이닉스 신규지원에 불참한 7개 은행의 지분 전환물량(5,142억원)이 7일부터 나오고, 우리금융 공모주(9,000만주ㆍ6,120억원)도 매물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담배인삼공사 지분 19%(5,969억원)의 국내 매각도 예정돼 있다.

이 밖에 코오롱건설과 데이콤 중앙디지텍, 신성이엔지 등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중이다. 지난 한 해 거래소시장의 전체 신규 공급물량이 2,000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는 셈이다.

또 연중 최저점 기록을 경신중인 코스닥시장에서도 이달 중에만 3,259억원의 신규 물량(증자ㆍ전환물량 포함)이 쏟아진다. 이는 지난 달에 비해서는 소폭 줄어든 것이지만 올해 월 평균 3,054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올들어 4일 현재까지 무려 87개 기업이 공모에 나서 7,767억원의 증시자금을 흡수했고, 기존 등록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도 지난 달까지 3,000억원에 육박했다.

증시 한 관계자는 “마치 산소 공급이 여의치 않은 어항 속에 금붕어만 자꾸 밀어넣는 격”이라며 “이는 코스닥 투자자는 물론이고, 기존 등록기업에게도 코스닥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자격있는 기업의 증시 진입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지만 적절한 퇴출장치 없이 무작정 유입만 시킬 경우 시장 자체가 고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에 고객예탁금은 5월 한달 동안에만 1조5,000억원이 증발돼 10조 2,000억원대로 격감한 상황이다. 또 지난 달 투신권의 순수주식형 자금은 8조5,000억원대에서 9조원대로 소폭 늘었지만 5월27일 이후 일주일 동안은 1,300억원이 줄어들어 환매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투신권의 경우 주식 편입비율도 약 72%에 이르고 있어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새롭게 주식을 사 들일 여력이 크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1조원대의 프로그램 매물 부담도 안고 있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주식 수요나 공급을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위험하고, 또 한계가 있지만 펀드멘털과 괴리된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주식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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