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관중의 함성도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27ㆍ맨체스터)의 위세도 중세기 잉글랜드를 유린했던 바이킹 후손의 기상을 누를 수는 없었다. 스웨덴이 2일 잉글랜드와 1_1 무승부를 기록, 34년간 이어온 잉글랜드전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축구종가 잉글랜드는 월드컵 무대만 11차례나 밟은 화려한 전력을 토대로 월드컵 때마다 번번이 우승후보의 하나로 꼽힐 만큼 막강 전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스웨덴에게만은 유독 약했다.
비극은 1968년 5월 잉글랜드가 스웨덴과의 A매치 경기서 1_3으로 무릎을 꿇으며 시작됐다. 이후 잉글랜드는 9차례 치러진 스웨덴과의 국가대표팀 경기서 3패6무를 기록하며 스웨덴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잉글랜드가 축구종주국으로서 자존심을 접고 사상 처음으로, 그것도 스웨덴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54)을 사령탑으로 앉힌 것은 내심 징크스를 깨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에릭손 감독이 바로 스웨덴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일 사이타마 경기장에서도 비극은 어김없이 재연됐다. 잉글랜드가 베컴과 마이클 오언(23ㆍ리버풀) 등 걸출한 스타를 앞세워 선취골을 뽑았지만 스웨덴은 후반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동점골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전반 중원을 휘젓는 베컴의 화려한 발 재간에 주눅이 든 듯 했던 스웨덴은 후반들어 서서히 분위기가 살아났고 주전 스트라이커 헨리크 라르손(31ㆍ셀틱)이 잉글랜드 문전을 향해 날카로운 슈팅을 퍼붓기 시작했다.
후반전은 완전히 스웨덴이 압도했다. 예선 10경기서 단 3골만 허용했던 스웨덴 철통수비는 오언 등 잉글랜드 공격수들의 발을 묶었고 결국 후반 14분 알렉산데르손(31ㆍ에버튼)은 잉글랜드 수비진이 빠뜨린 공을 가로채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축구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전력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스타군단 잉글랜드도 36년간 계속된 징크스를 벗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웨덴과의 무승부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F조에서 16강으로 가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명에 놓인 에릭손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조국 스웨덴 진영을 원망의 시선으로 노려보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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