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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때문에…텅빈 선거 유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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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때문에…텅빈 선거 유세장

입력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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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풍이 지방선거마저 삼켜 버렸다.정치적 냉소주의 등으로 인해 선거 열기가 식은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2일 전국 280여 곳 합동연설회장 대부분은 유례가 없을 만큼 텅 비었다.

맥 풀린 후보들이 애써 목청을 높였지만 공허한 메아리만이 빈 운동장을 울릴 뿐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최저 투표율 속에 민의(民意) 왜곡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유권자보다 더 많은 선거운동원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후보 합동연설회. 400여평 운동장을 운동원들이 대부분인 5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구청장 후보들이 나온 인근 회기동의 동대문 2선거구 유세장 풍경도 마찬가지.

후보들은 “가자 16강, 찍자 ○○○” 등의 구호와 월드컵 얘기로 관심을 유도하려 해보았지만 청중의 반응은 썰렁했다.

뙤약볕에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청중 몇몇을 운동원들이 “조금만 참았다 가세요”라며 붙들고 늘어지는 광경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그늘 밑에 삼삼오오 앉은 이들의 화제도 온통 전날 치러진 월드컵 경기와 한국전 전망 뿐이었다.

농번기까지 겹친 농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북 정읍시 광역의원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청중은 유세장 주변 포장마차 수보다 적은 20여명에 머물렀다.

■인사하는데도 눈치보는 후보들

서울 모구청장 후보는 “지난 선거때는 명함을 돌리면 ‘어디 출마한 후보냐’며 관심이라도 보였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소 닭보듯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후보는 “모두들 축구 얘기들만 나누고 있어 정치얘기로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이 내놓고 귀찮아 해 인사하는데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의 한 구청장 후보도 “저녁에 아파트 단지를 돌다가 월드컵 중계를 보던 시민들로부터 ‘시끄럽다’고 쫓겨나기도 했다”며 “월드컵에 밀려 완전히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월드컵 관심의 일부라도 선거에

선거 무관심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자 후보들은 잇따라 전략수정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한 구청장 후보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공약이나 정책이 무슨 소용 있겠느냐”며 “오로지 조직표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향응과 돈봉투가 오가고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최악의 혼탁선거가 되리라는 우려가 높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지방선거와 관련해 적발된 위법건수가 5,828건으로 4년전 같은 시기보다 10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원(辛鍾元) YMCA시민중계실장은 “선거 무관심은 결국 저질 무자격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지고 마구잡이 개발과 뇌물 특혜 등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며 “월드컵에 쏟는 관심의 일부라도 선거에 돌려줄 것”을 유권자들에게 당부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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