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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탁을 막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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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탁을 막자면

입력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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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무엇이나 세탁하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정치자금을 돈세탁하고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자치 선거 등의 후보 등록에서는 학력과 직업을 세탁한다.

검은돈이 세탁을 통해 법망을 빠져 나가고, 변변치 못한 학력이 국내 유수대학원의 전문과정 이수나 외국 명문 대학원의 특수코스 수료로 격상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득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직업은 사설 연구소의 소장이나 존재가 모호한 명예직 등으로 바뀐다.

예컨대 유흥업소 업주와 오락실 주인이 지역발전 연구소 소장이나 동네학교 운영위원, 노인회 후원회장 등으로 탈바꿈 한다.

■세탁은 더러운 것을 빨아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정치권에만 오면 세탁이 부정적 이미지로 추락 한다.

본질을 감추거나 덧 씌우고 감시와 추적망을 피하는 수단이 돼 버린다. 세탁업 종사자들이 정치권에 항의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세탁에는 본질보다 외양을 중시 여기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풍토도 일조를 한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번듯한 경력을 지녀야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인물 됨됨이를 살피기 보다는 학력과 경력만을 가지고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수그러들지 않는 한, 표를 얻고자 세탁에 나선 후보를 나무랄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 단체장ㆍ지방의원 등 공직을 담임할 후보에게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능력과 도덕성이다. 세탁을 통해 스스로를 위장 하는 사람에게서 능력은 모르겠지만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돈세탁은 '돈세탁 방지법'의 적용과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후보들의 직업과 학력 세탁은 허위사실을 기재하지 않는 한 현행법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은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유권자는 일꾼을 뽑을 때 그 사람의 능력과 도덕성을 볼 것이다. 지역별로 후보검증 장치를 마련하고 공개토론회 등을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세탁을 통해 유권자에 다가가지 않겠다는 후보들의 의지이다.

이병규 논설위원기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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