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2위가 세계 1위를 이겼다고 모두들 이변이라고 한다.또 프랑스의 패인은 오만이었다고 말하는 해설가도 있다. 물론 그러한 요인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승부를 분석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좀 무책임하다.
세네갈의 승인은 많다. 우선 탄력과 순발력, 체력과 정신력을 들 수 있다. 강한 몸싸움으로 패스를 방해하고 위험지역에서는 적극적인 수비로 봉쇄하는 효율성도 뛰어났다.
내용면에서 6_4로 경기를 지배했지만 찬스면에서 프랑스가 결코 우세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나는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누구보다 수비형 미드필더 알리우 시세(6번)를 들고 싶다. 세네갈의 전형은 4_3_3, 또는 4_5_1로 볼 수 있다.
하지만 4_1_4_1이 외관적으로도 더 명확하다. 즉 스트라이커 엘 하지 디우프 한명만 최전방에 내세우고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4명씩 두었는데, 그 사이에서 시세가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이다(그림 참조). 이러한 전형은 현대축구에서 새로운 경향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본다.
현대축구의 흐름은 수비가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팀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수비역할을 점점 더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가 비에라와 프티 등 최강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유했음에도 미드필드 싸움에서 오히려 밀린 것은 바로 시세를 축으로 한 세네갈의 효율적인 수비에 말렸기 때문이다. 시세는 미드필드진에게 스위퍼였고 4백라인에겐 플레이메이커였다.
시세는 첫 골을 넣은 파프 부바 디오프(19번) 살리프 디아오(14번)와 완벽한 삼각형을 구축했고 협동수비는 물론 맨투맨 마크에서도 빈틈 없이 수비를 조율했다.
물론 오른쪽 수비수 콜리(17번)가 발 빠른 프랑스 골게터 앙리를 완벽하게 잡는 등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바탕이 됐다.
세네갈의 공격은 단순했다. 공을 잡으면 한 두 번에 최전방의 디우프에게 연결했지만 프랑스의 노련한 수비에 오프사이드만 무려 11개를 범했다.
그럼에도 그런 공격패턴을 고집한 것은 견고한 수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메추 감독의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승부는 결국 디우프에게서 결정됐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선수단의 신념이 승리의 여신을 감동 시켰을까. 아니다. 승리의 여신이 감동 받았다면 그것은 신념이 아니라 프랑스를 완전히 꿰뚫고 대비한 선수들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명지대 감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