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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언어오염 정치권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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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언어오염 정치권 막말

입력
200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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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X, 양아치, 시정잡배, 왕도둑‥."한나라당과 민주당이 6ㆍ13 지방선거 초반전부터 일반인들도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 막말을 마구 내뱉고 있다. 그야말로 시정잡배 수준이다.

31일 아침 한나라당 선대위 회의를 취재하던 기자는 잠시 귀를 의심해야 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대변인의 민주당 유세 내용 보고가 진행되던 중 "새천년 미친 당이구먼, 미친X당이야"라며 불쑥 욕을 해댔다.

동석한 일부 당직자조차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주위를 둘러 보며 기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빌미를 민주당 지도부가 제공한 측면도 있다. 30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한나라당을 '세계적 왕도둑'이라고 비난했고,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은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며느리는 강남의 유한족"이라며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 후보측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비방 성명을 보면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천민후보' '정서불안' '과대망상' '횡설수설' '천방지축' 등 상대를 인격적으로 매도하는 온갖 표현이 다 등장한다.

이른바 '깽판'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노 후보는 이날 이 후보를 '양아치'로 지칭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이 후보도 노 후보의 말을 받아 "내가 집권하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깽판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비록 경쟁자를 겨냥한 막말은 아니지만 대통령 후보가 비속어를 마구 사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정치인의 정치행위가 대부분 '말싸움'으로 이뤄지지만 어디까지나 국민이 듣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 이런 점에서 양당의 막말은 국민의 언어 감각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행태이다.

정치권이 이렇게 물을 흐려 놓은 그 입으로 어떻게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호소할지 되묻고 싶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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