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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명물 대형서점' 경영난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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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명물 대형서점' 경영난 안타까워

입력
200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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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서울 도심의 대형 서점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가족 친구 연인과 만나 대화하며 책도 고르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데이트도 하고.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문화공간이자 레저공간, 그리고 만남의 장소가 됐습니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물론 많은 자본이 투입됐고 그것으로 그럴듯한 대규모 시설을 꾸미고 다양한 매장들을 유치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규모가 작은 인근 서점들이 문을 닫는 등 폐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소형 서점에서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제 대형 서점 중심의 도서 구입 문화가 대세가 된 것도 사실이고요.

최근 출판가에는 대형 서점 가운데 한 곳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그 서점은 구조조정도 하고 허리띠도 졸라맸지만 할인 공세를 펴는 인터넷서점과 인근의 또 다른 대형 서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만 둔 직원도 많고 직원 퇴직금도 밀려 있어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하지만 이 소식에서 많은 사람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친구를 만났고 책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자가 서울 생활을 시작한 1980년대 초만 해도 이곳은 서울의 명물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서점이 있을까 놀라기도 했고요. 거리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져 만남은 으레 이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친구가 늦으면 그때까지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기에도 안성맞춤이었지요. 혹시 가두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잡혀가기라도 하면, 이 서점에서 책을 사기 위해 도심에 나왔지 시위하러 나온 것은 아니라고 둘러대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젊은이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공간입니다.

일부 출판사는 이 서점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자 도서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들 역시 안타까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쟁관계에 있는 서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서점이 예전처럼 활기찬 젊음과 문화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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