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서해대교를 만나게 된다.경기 평택과 충남 당진의 아산만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언제 봐도 정말 장관이다.길이가 7.3km로서,물론 국내에서는 제일 긴 다리이며 세계적으로도 9번째로 긴 사장교다.주탑의 높이는 60층 빌딩의 높이와 비스한 182m이며 다리 밑으로는 5만톤급의 선박이 지나다닐 수 있다.그래서 다리 중간에 있는 행담도 휴게소에는 서해대교의 위용을 보려고 많은 차들이 발길을 멈추곤 한다.■지난 주말,지리산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그 유명한 서해대교를 보기로 하고 일부러 서해안 고속도로 쪽으로 차를 몰았다.서산에서부터 차량들이 굼벵이 걸음을 하는 것을 참고 참다가 마침내 멀리 서해대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미국 여행 중 본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나,워싱턴 DC근교의 베이브리지에 못지않은 위풍당당함에 절로 기분이 뿌듯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다리를 넘어가다 보니 주탑에 높이 걸린 초대형 플래카드들이 눈에 들어왔다.순간 눈살이 찌푸러졌다.짧은 시간이어서 정확히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하나로 통일로,'통일로 세계로'라고 적혔던 것 같다.미학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그 아름다운 다리에 적힌 구호라니 웬 말인가.지난해 봄,금강산을 찾았을 때 곳곳에 새겨진 붉은 글씨의 구호를 보았을 때와 같은,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주변에서 많은 구호들을 보고 자랐다.남북대치의 안보적 상황과 경제건설의 필요성 때문인지.'증산 수출 건설'을 비롯한 수많은 계몽적 성격의 구호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겉으로는 공익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독재권력의 유지를 위해 선전의 목적이 있었다는 것은 철이 들어서 알았다.어떤 생각에서 도로공사가 서해대교에 통일에 관한 구호들을 내걸었는지,굳이 시비하고 싶지는 않다.다만 한 가지,서해대교의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플래카드는 하루빨리 없앴으면 좋겠다.
신재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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