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개막.전 세계 축구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D데이를 맞았지만 한국축구대표팀의 분위기는 평온하다.31일 오전 화랑교육원 연습구장에 도착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개막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월드컵은 4일 뒤에나 시작된다”고 짧게 답했다.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관심사는 오직 4일 폴란드전에 있는 것이다.
오전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모인 선수들은 뜻밖에도 9명에 지나지 않았다. 전날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시킨 히딩크 감독은 31일 오전에도 공포의 왕복달리기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피로가 심하다는 소리를 듣고 이를 취소한 뒤 11명만 훈련에 소집한 것. 잔뜩 긴장하던 일부 고참선수들은 이 소식을 듣고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달라”며 환호했다.
오전 훈련에 나선 멤버는 김병지 이운재 등 골키퍼 4명과 차두리 현영민 최성국 등 신예 5명뿐이었다.
동료들의 휴식에 속이 쓰릴 법 하지만 이들에겐 본고사를 앞둔 특별과외가 오히려 고맙다는 눈치였다. 화랑교육원의 사열대에는 ‘조국은 새 화랑을 믿는다’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결전의 날이 4일밖에 안 남았지만 선발출전 여부를 알 수 없는 김병지와 이운재는 후배들의 슛 하나 하나에 몸을 내던지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본선무대의 그라운드를 단 1분이라도 밟아보고 싶다는 차두리와 현영민은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날카로운 슛을 수 차례 선보여 히딩크 감독을 만족케 했다.
차두리는 연습 중 히딩크 감독과 독일어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잘못된 점을 고치려 애를 썼다. 훈련을 지켜보던 대표팀 관계자는 “두리는 감독과 말이 통하는 탓인지 과외수업도 가장 많다”고 귀띔했다.
이제 훈련의 모든 초점은 폴란드전을 겨냥하고 있다. 오전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점심식사 전 숙소에서 폴란드 대표팀의 최근 경기를 중심으로 편집된 비디오를 보며 상대의 장ㆍ단점 파악에 골몰했다.
폴란드의 측면수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던 선수들은 “폴란드의 수비는 결코 만만치 않다”는 히딩크 감독의 한마디에 긴장을 유지했다.
‘국제축구에 비밀은 없다’던 히딩크 감독도 오후에는 비공개훈련을 실시, 폴란드전 승리를 위한 해법 찾기에 돌입했다.
선수들은 시민운동장에서 11대 11의 연습경기를 통해 세부 전술을 가다듬었다. 11대 11의 연습경기가 열릴 때면 항상 선발출전할 11명의 선수가 결정되기 마련이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그는 취재진에게 “폴란드전에 선발로 나설 베스트 11은 섣불리 예상치 않는 것이 좋다”며 상대의 허를 찌를 카드를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때 월드컵에 출전할 베스트11을 조기 확정하라는 여론도 높았지만 히딩크 감독의 고집은 보통이 아니다. 핌 베어벡 코치는 “감독이 내세울 베스트 11은 경기 당일 우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주=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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