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의 대표적인 진보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가 내년 6월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보자는 뜻 깊은 속죄의 자리를 마련한다.NGO단체인 교회개혁을 위한 기장인 모임(공동대표 홍근수 목사 강신석 목사 등)은 다음달 3일 한국신학대(한신대) 신학대학원 효촌관 세미나실에서 ‘기장 50년 돌아보고 내다보고’란 주제로 포럼을 연다. 한신대는 기장 계열의 대표적인 신학대학이다.
기독교에서 희년(50주년)은 해방의 해이자 잘못된 모든 것을 되돌려 놓는 해. 이번 포럼은 기장이 희년을 1년 앞두고 지난 반세기 역사를 기념하기에 앞서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자리다.
기장인 모임측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돌이키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겸손이요 책임있는 신앙을 찾자는 진정한 성숙”이라고 포럼의 취지를 설명한다.
1부 ‘돌아보는 기장 50년’의 발제를 맡은 김승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실장은 부일 협력, 신사참배, 휴전반대, 5공 조찬기도회 참석 문제 등 기장의 아픈 과거를 드러낼 예정이다.
김 실장은 한신대의 전신인 조선신학원의 임원이나 교수 중 상당수가 부일 협력 혐의가 있고 신사참배에도 적극적으로 항거하지 못했으며 68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대통령조찬기도회에 기장의 원로들이 참석해 불의한 세속권력을 종교적 권위로 정당화해주는 구실을 했다고 반성한다.
특히 80년 8월 전두환 국보위 위원장이 참여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것은 전두환 정권의 출범을 도와준 셈이라고 지적한다.
이밖에도 53년 제38회 총회의 한국전쟁 휴전반대 메시지 채택, 65년 50회 총회의 월남파병 지지 등이 기장 역사의 중요한 오점으로 꼽힌다.
2부 ‘내다보는 기장 50년’에서는 기장 소속 청년회, 남신도회, 여신도회 관계자가 나와 향후 50년간 기장을 이끌어나갈 신앙과 선교 지침을 놓고 토론한다.
기장은 이와 함께 내년 6월 50주년 기념일에 맞춰 사회운동 관련 성명서와 글 모음집인 ‘정의평화인권자료집’과 교단의 발자취를 담은 교회사 ‘새역사 50년사 발자취’를 발간하고 9월 총회에서 50년간 교단을 이끌어온 신앙 지침서를 새로운 사회환경에 맞춰 재작성할 예정이다.
기장은 1953년 6월10일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분리해 나온 장로교회의 대표적 교단으로 산하에 있는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명예목사 강원룡)는 개신교계 진보ㆍ참여 운동의 총본산으로 불리며 한신대는 1940년 세워진 조선신학원이 전신인 전통깊은 학교이다.
기장은 그 동안 사회의 불의와 독재, 불평등에 대항해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김재준 문익환 목사와 장준하씨 등 교계의 진보 인사들을 배출해왔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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