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거스 히딩크(56) 감독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다.한국축구대표팀이 합숙훈련중인 경주 토함산이 한 눈으로 들어오는 보문 단지의 경주현대호텔 12층 스위트 룸.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곤히 잠든 새벽까지 개인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세계 각지에서 날아오는 개인 e메일 체크에서부터 첫 상대인 폴란드에 이어 미국 포르투갈과 관련한 인터넷뉴스 서핑, 선수들 개별 훈련상황 체크 등 그에겐 요즘 24시간이 모자란다.
이쯤되면 테이블 한 편에 두고 즐겨 마시는 카푸치노 역시 동이 난다. 과연 그를 ‘야인 (Late night person)’으로 만드는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가.
평소 5시간 안팎의 취침습관으로 팀 내에서도 가장 단(短)잠을 자는 ‘할아버지(애칭)’ 히딩크지만 최근 그를 한층 고민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승부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다.
히딩크 감독은 30일 독일 채널1인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팀이 이기든 지든 승패와는 관계없이 축제분위기를 연출하는 한국축구문화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프랑스 전에서 일단 졌으면 언론도 비판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잘 싸웠다고 칭찬을 한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했다.
89년 유럽챔피언리그 우승에 98년 프랑스월드컵 4강 진출을 일군 세계축구의 킹 메이커인 그로서도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여부는 축구인생을 결정지을 큰 도박일 수 밖에 없다.
허 진(40) 언론담당관은 “최근엔 한국팀이 16강을 넘어 8강에도 들 수 있다는 기대를 넘어 지나친 반응과 흥분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팀을 이끄는 수장이라면 경기를 앞두고 과연 두발 뻗고 잠이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히딩크 감독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은 그가 전형적인 전갈자리(별자리 10월말~11월초)의 성품을 가졌다고 입을 모은다.
사물의 이면성을 의식하며 탐구를 즐기는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비밀이 가득해 그 속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첫 경기인 6월4일 폴란드전을 앞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주전선수를 낙점하지 않고 동료간 경쟁을 끝없이 유발하는 그는 냉정한 승부사다. 히딩크의 고민은 밤이 깊을수록 더욱 깊어 간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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