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축구팬들이 각자 자국에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동안, 제3국에 모여 자존심 전쟁을 벌이는 축구팬들도 있다.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요즘 ‘월드컵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하다.
그리스와 터키계 주민들 간의 오랜 반목으로 1963년부터 다국적 유엔 평화유지군(UNFICYP)이 파견 중인 키프로스에서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16개국 1,200여 명의 군인이 임무 수행 짬짬이 자국의 선전을 장담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AF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신경전은 최상층 지휘부와 일반 장병을 가리지 않는다.
1,200여 파병군의 지휘를 맞고 있는 한국의 황진하(黃震夏ㆍ55ㆍ중장) 사령관은 한국과 다음달 4일 운명의 첫 대결을 펼칠 폴란드 출신의 군목과 선의의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으로 전통의 앙숙 관계인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대결은 이곳에서도 단연 압권.
‘죽음의 F조’에 속해 다음달 7일 한 판을 벌일 두 나라의 장병들은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양국의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들이대며 ‘육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잉글랜드팀에 암운을 드리운 데이비드 베컴의 부상이 얼마 전 유럽 챔피언스 리그 당시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에게 당한 것이란 사실도 묘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각 나라 장병들의 관심사도 각각이다.
아일랜드 출신 민간 경찰은 감독과의 불화로 대표팀에서 이탈한 로이 킨의 복귀 여부에, 영국군은 베컴의 예선전 출전 여부에, 아르헨티나군은 아리엘 오르테가가 마라도나의 옛 등번호 10번을 달 것인가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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