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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 / 한·일 전문가 허정무-이국수 지상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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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 / 한·일 전문가 허정무-이국수 지상대담

입력
200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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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선전 여부다.한국일보는 29일 일본의 제휴사인 요미우리(讀賣) 신문과 공동으로 한국과 일본의 축구전문가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국수 요미우리신문 해설위원(전 베르디 가와사키 감독)의 긴급 지상대담을 마련, 두 나라 대표팀의 전력과 경기 전망을 짚어보았다.

▼한국팀 전력분석

▦허정무=한국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대 약점이던 미드필드가 강해졌다. 이영표 송종국 박지성 김남일 등은 하나같이 공수를 넘나들며 기동력을 발휘한다.

스트라이커진도 일본보다 낫다. 아쉬운 점은 일본의 나가타처럼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고 경기를 리드하는 플레이메이커가 없다는 것이다. 또 수비의 핵 홍명보가 부상당할 경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골키퍼의 기량도 좋아졌다.

▦이국수=아트사커를 잘 소화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 짧은 시간에 선수들을 탈바꿈 시켰다. 한국은 특히 정신력 면에서 발군이다.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에 유념하면서 틈새를 노린다면 공격에도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안정적인 공격력을 갖고 있는 안정환을 주목한다. 한국은 조직적 수비, 강고한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일본팀 전력분석

▦허=일본은 역대 어느 팀보다 안정돼 있다. 상승세를 타다가 최근 주춤하는 기색이지만 미드필더들이 탄탄하고 모리오카가 가세한 수비도 강하다.

다만 골게터가 문제이다. 다카하라가 부상을 당해 노장 나카야마가 들어왔지만 미흡해 보인다. 스트라이커를 보완하는 방법을 모색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새로 발탁된 이치가와도 의외의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평가전에서 스웨덴에 1-1로 비긴 것은 나쁘지 않다.

▦이=트루시에 감독 체제의 일본 팀은 전후 최강이다. 오른쪽 측면 수비가 불안하지만 모리오카의 복귀로 수비의 통일성을 기할 수 있다. 확실한 골게터가 없는 게 안타깝다.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마츠다의 플레이는 불안감을 주었다. 알렉스가 찬스메이커 역할을 맡을 지 주목된다.

▼16강 진출 방법

▦이=당연한 말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첫 경기를 잡아야 한다. 특히 첫 경기의 후반전에 경기리듬을 바꿔 승부를 가를 선수교체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 경기를 이기면 팀 사기가 올라가고 국민 기대도 비등할 것이다. 첫 경기 승리의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나가야 16강, 8강 진출의 길이 열린다.

▦허= 일본은 튀니지를 무조건 누른 다음 벨기에 러시아와 다퉈야 한다. 상당히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이 팀들은 체력이 강하고 세트플레이에 능하다.

높이의 축구에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스피드와 기동력으로 비교적 느린 템포의 상대팀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반드시 폴란드와 미국을 제압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한국은 특히 첫 상대 폴란드가 좌우측면이나 배후공격이 느린 점을 집중 공략해야 할 것이다. 수비는 단번에 찔러준 뒤 골로 연결하는 상대의 공격에 충실히 대비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성적 전망

▦이=비관론과 낙관론 등 전망이 엇갈리지만 나는 두 팀의 16강 진출에 걸고 싶다. 경기에는 운이 따르는 법이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스포츠맨십으로 경기를 잘 해야 겠지만 개최국 어드밴티지에다 행운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허=정말 힘든 승부가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16강을 넘어 8강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행운이 따르고 선수들이 잘 해야 기대치 이상의 성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후 한국ㆍ일본의 축구

▦이=한국과 일본 모두 축구에 대한 가치관을 바꿔야 할 것이다. 두 나라는 프로리그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한국언론은 J리그가 성공했다고 하는데 출범 10년이 지났건만 미래의 동량을 키우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월드컵의 일본대표 선수 대부분은 프로팀이 육성한 게 아니라 고교 출신이다. 한국도 프로팀의 하부조직을 굳건히 해야 안정적으로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허=월드컵을 치른 국가로서 축구를 한단계 도약ㆍ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일본은 큰 행사를 치른 뒤 차분히 준비하고 냉정히 평가할 것으로 믿는다.

한국은 축구에 관한 한 냄비근성을 버려야 한다. 월드컵 때만 축구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실력을 탄탄하게 쌓아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적이 나쁘다고 팀을 해체하거나 축구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허정무

*47세

*국가대표 선수(1974~86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소속

*한국국가대표팀 감독(98~2001년)

*현KBS축구해설위원

●이국수

*45세

*요미우리클럽 소속 선수

*요코하마 트라이스타 소속 선수

*도쿄 도잉가쿠엔고교 축구감독

*베르디 가와사키 총감독(98~2001년)

이동준기자

djlee@hk.co.kr

■"伊-아르헨 결승 격돌"

허정무ㆍ이국수씨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프랑스 브라질을 유력한 4강 후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은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허씨는 아르헨티나, 이씨는 이탈리아가 각각 국제축구연맹(FIFA)컵을 거머쥘 것이라고 엇갈리게 예측했다.

두 사람은 모두 아르헨티나에 주목했다. 이씨는 “아르헨티나는 경제파탄으로 극도로 사기가 떨어진 자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야 할 의무감 때문에 그야말로 필사적인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도 “베론, 오르테가 등 아르헨티나 미드필드진은 세계 최고이며 공수 전반에서 여타 팀을 압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씨는 그러나 우승팀에 대해서는 축구인으로서의 예감이라고 전제한 뒤 “대진 운이 상대적으로 좋고 유럽챔피언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해 오랫동안 월드컵을 준비한 이탈리아가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두 사람은 1998년 대회 우승팀 프랑스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허씨는 “중간 수비수가 노쇠했고 게임메이커 지단의 출전이 불투명해지는 등 취약점을 노출했다”면서 “프랑스가 32강 리그전에서 세네갈 덴마크에 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씨는 프랑스가 4강 진입에 실패하고 대신 브라질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프랑스 팀에 부상선수가 있다손 치더라도 앙리, 트레제게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건재한 만큼 또다시 아트사커의 진수를 발휘할 것”이라면서 “충분히 4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씨는 그러나 “최근 월드컵에서 연속 패권을 쥔 팀은 없었다”면서 프랑스의 연패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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