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현실화한 국회 공백 상태는 예견된 것이었다.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은 원 구성 법정 기한을 넘기면서도 서로의 입장만 고집했을 뿐 타협할 의사가 별로 없었다.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의 막판 총무회담도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는 만남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의례적인 회담이었을 뿐이다.
이 총무는 회담에서 “국회법에 따라 자유투표로 선출하자”고 명분론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당초 자유투표를 긍정 검토하기도 했던 민주당 정 총무는 “양 당이 협상을 통해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을 동시에 뽑아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회담 결렬 후 양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본회의 강행’과 ‘실력 저지’를 다짐했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서 “민주당이 월드컵 이후 정계개편을 한 뒤 원 구성을 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여 본회의를 단독으로 강행하면 더 큰 국회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후 본회의장에 들어가 본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했지만 이만섭(李萬燮) 의장이 의결 정족수 미달, 파행 국회의 장기화 등을 이유로 사회 요청을 거절하는 바람에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양당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한편 이 의장은 퇴임 인사에서 “국회 마비는 범법행위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말로만 정쟁중단을 외칠 게 아니라 국회 공백을 막기 위해 하루 속히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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