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투병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29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맞는 감회와 우리 선수들을 위한 격려를 담은 글을 한국일보에 기고했다. 이씨는 뜨거운 마음으로 지구촌 축제를 맞이하고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되, 결과는 이성적으로 내다 보고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편집자 주]▼"축제 뜨겁게, 경기는 냉정하게"▼
내일이면 나는 상암 경기장으로 간다. 나를 초청한 이태복(李泰馥) 보건복지부 장관과 주치의 이진수(李振洙)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과 나란히 앉아 월드컵 개막식을 볼 것이다. 월드컵!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 이 세계적인 잔치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바로 내일 열린다.
우리 선수들은 1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근 평가전 때는 정말 잘 싸웠다. 이영표의 발 재간, 설기현의 돌파력, 홍명보의 대포알 슛….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은 박지성도 마음에 든다.
히딩크 감독도 16강을 자신하는 것 같다. 멀리 서귀포까지 내려간 붉은 악마들의 열띤 응원도 대견하기만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너무 뜨겁다. 국민과 언론은 우리의 16강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분명히 우리 선수들이 잘못한 점이 있는데도 제때 지적하지를 않는다.
평가전은 평가전이다. 잉글랜드나 프랑스 같은 축구 강국들은 실전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때는 또 얼마나 우리 어린 선수들에게 욕을 할 것인가.
‘축제는 뜨겁게, 경기는 냉정하게’- 월드컵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주일이 당부하는 말이다.
/코미디언 이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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