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NGO 목소리] '덕수궁 터 美대사관' 재고 돼야 마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NGO 목소리] '덕수궁 터 美대사관' 재고 돼야 마땅

입력
2002.05.29 00:00
0 0

미국 대사관은 현 세종로 대사관 청사를 오는 2006년까지 현 중구 정동 소재 옛 덕수궁 터에 지상 15층, 지하 2층, 연면적 54,976.13㎡ 규모로 신축ㆍ이전하겠다고 한다.이와 더불어 미 대사관측은 대사관 신축예정 부지와 인접해 대사관 직원용 54가구 규모의 8층 아파트와 4층짜리 군인용 숙소도 함께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대사관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초대형급이며, 옛 '조선총독부 규모의 2배' 가깝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대사관 및 아파트, 군인숙소 등이 들어설 장소가 과거 일제에 의해 강탈당한 덕수궁의 옛 터라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역사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장소이자, 복원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대사관측이 건설교통부에 관계법령을 바꾸어 신축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외교시설에 대한 예외조항을 만들어 현행 주택건설촉진법, 주차장법 등에 저촉을 받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이 그것이다.

이는 한 마디로 '주둔국의 법을 바꾸어서라도 주둔국의 문화재를 짓밟고, 대규모 복합 외교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미국의 오만한 발상이자, 부당한 주권 침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식민지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미 대사관을 옛 덕수궁터, 주둔국의 문화재 위에 세워야 하는가.

더구나 덕수궁 정동 일대는 서울에서 우리 근대사의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다.

미 대사관이 이곳에 들어설 경우 옛 덕수궁터는 영영 복구할 수 없을 뿐더러 정동일대의 역사경관은 치명적으로 훼손을 입는다.

서울시와 관계당국은 지난 1984년 서울시장과 주한 미 대사 사이에 합의한 '토지교환각서'를 백지화하고, 미국에 넘긴 옛 덕수궁 터를 다시 사들여야 한다.

미 대사관과 합의하여 제3의 장소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며, 올바른 한미관계의 미래를 생각하는 미국의 '뜻 깊은 결정'을 기대한다.

/강임산 겨레문화답사연합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