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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존재의 이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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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존재의 이유' 고민

입력
200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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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인가 새로운 전환점인가.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_러시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토의 위상과 존립 명분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러시아가 주적(主敵)에서 파트너로 뒤바뀐 판이해진 국제정세에서 나토가 과거와 같은 서방 안보동맹체로서의 명분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미 미국 의회 내 보수론자들을 비롯해 백악관의 핵심 참모들은 ‘나토 무용론’ 을 제기하며 지금과 같은 나토 구조는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귀찮은 존재” 일 뿐이라며 나토의 장래에 지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근거는 동구 3국을 제외한 서유럽 15개 국과 미국의 엄청난 군사력 격차로 인해 동맹체로서 나토 의사 결정 과정이 사실상 미국 일방으로 기울었는데도 유럽 국가들은 동맹국으로서의 걸맞은 지위를 요구하며 명분상 미국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듯한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나토는 ‘참견하기 좋아하고 불평 많은’ 유럽이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엉킬대로 엉킨 다자간 기구’ 라는 비난이 팽배하다.

나토의 파열음은 1999년 미국의 유고 공습 이후 본격적으로 노출됐다. 당시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군사작전을 강행한 미국은 미국 주도의 주권국가 침공에 반대한 유럽 회원국들의 반발로 공습목표를 바꿀 때마다 매번 나토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에 시달렸다.

이 일로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은 9ㆍ11 테러 이후 아프간 전쟁에서 유럽측이 또 다시 비슷한 시비를 걸고 나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조지 로버트슨 사무총장 등 회원국 수뇌진들은 나토가 냉전에서 대 테러전을 수행하는 정치적 안보체로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책적 실현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반 테러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가 워낙 현격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이란 북한 등 악의 축 3개국을 주 테러국가로 지목하고 이중 이라크를 대 테러전 확전의 최우선 공습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미국의 시각에 대해 유럽은 악의 축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이라크 공격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949년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방위한다는 목표 아래 결성된 나토가 대 테러전 전위부대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는 일차적으로 미국과 유럽이 대 테러전 확전에 대한 공동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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