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를 버리고 소니를 택했습니다.” ‘리니지’를 개발한 온라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34ㆍ사진) 사장은 최근 회사의 앞날과 관련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리니지를 엑스박스(MS)나 플레이스테이션2(소니) 등 전세계인들이 이용하는 가정용 게임기 타이틀로 개발하기 위해 관련 분야의 양대 산맥인 MS 및 소니와 마라톤 협상을 벌이던 끝에 소니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MS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자유로운 창의성을 중시하는데 MS는 온라인게임을 폐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상당부분 직접 관여하려 들었습니다.”
김 사장이 우회적으로 표현한 ‘직접 관여’란 관련업계에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는 MS사의 인증요구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MS는 엔씨소프트측에 리니지를 엑스박스용 게임으로 개발할 경우 이용자들의 접속정보를 MS본사로 전송하는 인증절차를 요구했다. 한마디로 고객 정보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요구였다. 엔씨소프트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김 사장은 “플레이스테이션2용 리니지는 이미 상당부분 개발이 진척된 상태”라며 “일본업체와 협력해 1차 단계는 개발이 완료됐으며 현재 그래픽 보강, 내용 수정 등 2차 개발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올여름이 지나면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
그렇지만 김 사장은 엑스박스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현재 MS와 더 이상 진전은 없지만 MS측의 조건이 달라지면 협상을 계속할 용의는 있다”고 말했다. MS가 지닌 잠재력으로 미뤄봤을 때 엑스박스의 시장 가능성 또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못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내업체들과의 경쟁을 넘어 세계업체들과의 전쟁입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박람회인 E3 전시장을 찾았던 김 사장은 MS와 소니의 온라인게임 개발열기를 보고 느낀 바가 많다. 가정용 게임기를 위한 타이틀 개발은 미룰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과제는 ‘리니지’를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높은 PC용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전세계 게임애호가들을 리니지 게임의 구성원인 ‘혈맹’으로 묶을 수 있는 가정용 게임기 타이틀로 거듭나게 만드는 일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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