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월요일(27일)인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는 미국인들에게 여러모로 뜻 깊은 날이다.식민지 시대에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비롯해 수많은 전투에 목숨을 바친 118만 9,400여 명의 전몰영령들을 기리는 날이자 9월 첫째 월요일인 노동절까지 지속되는 길고 긴 휴가철이 시작되는 날이다.
매년 맞는 현충일이지만 올 현충일은 그 어느 해보다 미국민들에게 가슴절절한 의미로 다가온 것 같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미 본토가 처참하게 유린당한 지난해 9ㆍ11 테러 이후 처음 맞기 때문이다.
수도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와 의 베트남 및 한국전 참전 기념비, 뉴욕 9ㆍ11 테러참사 현장을 비롯한 50개 주 전역과 해외주둔 미군기지 등에서 엄숙하게 추모 행사가 열렸다.
그 시간 프랑스를 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노르망디의 미군 전몰용사 묘역을 방문했다.
크고 작은 현충일 행사는 대 테러 전쟁에 대한 결의를 다지려는 열기로 넘쳤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응징을 재천명했고 테러로 무너져내린 뉴욕 세계무역센터 ‘그라운드 제로’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들도 유명을 달리한 3,000여 명의 넋을 기리며 흐느꼈다.
베트남전의 미군 포로 송환을 촉구하기 위해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에 의해 시작돼 시에서 연례행사로 열리는 모터사이클 행진도 지난해보다 5만대가 많은 30만대가 모여 장관을 이루었다.
미국에는 지금 9ㆍ11 테러 위협을 행정부가 미리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새로운 추가 테러 경고들도 잇달아 월드컵 열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뉴욕시 전역은 비상이 걸려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미 전역을 뒤덮은 자발적인 현충일 추모 열기는 기자에겐 특별하게 다가왔다.
행정부가 거짓말을 했든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든, 국가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한 마음으로 일치단결하는 전통을 본 것이다.
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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