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우 민주노동당 연수원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나를 호되게 꾸짖었다.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그토록 지지했으면 이제 김 정권의 실정에 대해 반성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면서 한국 정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걸 보면 구토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큰 일 났다. 나는 반성할 뜻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김대중씨야말로 역대 그 어느 정권 보다 더 심각한 범죄를 많이 범했다"는 황씨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더욱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인물이 대통령이 되건 보수 정당들의 정치는 뻔하다는 주장을 해온 황씨가 '이럴 줄 몰랐다'는 식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확실히 무슨 일이건 앞에 나서는 건 몹시 피곤한 일이다. 앞에 나서기 때문에 얻는 '이익' 못지 않게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번엔 나에 대해 제기된 또 다른 비판을 하나 살펴보자.
최근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많이 했는데, 나를 몹시 아끼는 어떤 분이 애정어린 고언을 해주었다. 보기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지식인의 '자기 중심적, 이기적 균형 잡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김대중을 옹호했던 사람으로 최근의 민심에 영합하려는 일종의 ‘단절 선언’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기회주의'의 냄새도 강하게 풍긴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그런 지식인들이 많아 나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던 김대중 정권 초기부터 잘 하라는 쪽으로 비판을 해온 나로선 그런 말을 들으니 무척 억울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데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치 문제와 관련된 나의 별난 적극성 또는 공격성이 문제였던 것 같다. 내가 봐도 내가 하는 글쓰기는 희소하다. 아니 나 혼자뿐인 것 같다.
내가 무슨 명분을 내걸든 내가 하는 일의 가장 강한 원동력이 나의 '인정 욕구'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내가 얼마나 선하고 정의롭고 똑똑하고 잘 났는지 그걸 널리 알려야겠다는 욕심 말이다.
물론 내가 늘 나의 그런 욕심을 스스로 의식하면서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인정 욕구'는 자신도 모르게 작동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회참여적 글쓰기를 중단해야 하나?
그러나 나는 그럴 뜻이 없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오직 정치인만 욕 먹으면서 사는 직업이라는 사실에 강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식인도 험한 욕을 먹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지식인들이 다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밀실이 아닌 광장에서 서로 욕하다 보면 반드시 얻는 게 있다. 총체적 부패 구조를 깨기 위해선 서로 욕하는 게 필요하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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