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또 다른 월드컵이 열린다.그라운드의 월드컵이 축구를 통해 세계가 하나되는 축제라면, 미술을 통해 인류의 하나됨을 보여주는 잔치 마당이다.
국립현대미술관(02-2188-6122)은 6월 5일부터 8월 4일까지 ‘바벨 2002’ 전을 연다. 2년의 준비를 거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0여개국 작가 51명의 회화, 사진, 비디오, 설치 등 120여 점을 모았다.
전시는 ‘인종-얼굴’과 ‘언어-대화’의 두 가지 큰 주제로 진행된다.
첫째 주제는 제목 그대로 이웃과 타인의 얼굴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인종, 문화의 차이를 넘어 인류의 다양한 모습을 예술적으로 변주해낸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
한국의 백남준 조덕현, 일본의 나라 요시모토, 독일의 토마스 루프 등 잘 알려진 작가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제3세계 작가들이 참여했다.
두번째 주제는 언어, 문자의 형태와 의미를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02-399-1772)은 42년의 전통을 가진 프랑스의 ‘살롱 그랑에존느’ 순회전을 28일부터 6월 15일까지 연다.
살롱 그랑에존느는 각국 거장과 신예의 작품을 엄선해 매년 세계를 순회하며 열리는 20세기의 대표적 국제 살롱전.
과거 피카소 미로 샤갈 등이 참여했고 한국에서도 박서보 이응노 문신 김창열 서세옥 등이 출품해왔다.
FIFA 공식 후원전으로 열리는 이번 한국전에는 26개국 작가의 회화와 조각 129점이 나왔다.
아트선재센터(02-733-8940)가 6월 23일까지 여는 ‘레스 오디너리(Less Ordinary)’ 전은 프랑스 현대미술의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이다.
90년대부터 맹활약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로 한ㆍ불 간의 역동적 문화 교류를 모색한다.
사진작가 브뤼노 세라롱그의 경우 80년대 이후 르몽드 지에 소개된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 관련 인물과 현장을 직접 취재한 생생한 사진을 선보인다.
학고재 화랑(02-720-1524)은 6월 29일까지 ‘기운생동(氣韻生動)’ 전을 열어 한국적 전통의 맥과 저력을 보여준다.
강경구, 김보희, 김선두, 김호득, 석철주 다섯 명의 작가들이 나름의 어법으로 한국화에 넘쳐흐르는 멋과 기품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의 정신과 연결시킨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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