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바뀌고 있다.기름때로 범벅이 된 공장, 주먹구구식 사무행정, 허울뿐인 사원복지 등 중소기업하면 떠오르기 마련인 이 같은 선입관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실업자가 될지언정 중소기업에는 안 간다는 대졸 구직자들의 ‘오만’을 깨부술 만한 선진 중소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소사장제, 전직원 해외연수, 파격적인 상여금 등 대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 경영과 직원 복지 시스템을 실시, 회사 경쟁력과 직원들의 자부심을 한꺼번에 높이고 있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도시경관 시설물 전문업체 케이알의 이태렬(李兌烈)사장은 11년 전 이 회사가 설립 당시 부장으로 입사, 승진을 거듭한 끝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창업자인 김기중(金基中)회장이 천명한 능력위주의 인사정책과 과감한 수평 교차 근무제 덕분에 엔지니어 출신인 이 사장은 경영수업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 사장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큰 비전은 ‘사장’ 자리”라며 “소신껏 일하는 직원을 회사가 믿어주고 합당한 대가를 주는데 어느 누가 등을 돌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케이알은 회사 전반을 책임지는 이 사장 외에 소사장을 27명이나 두고 있다. 각각의 프로젝트를 독립 사업으로 인정해 책임자에게는 소사장이라는 직함과 배타적 권한을 준 것.
소사장제를 거쳐 아예 별도 법인을 차려 독립한 업체만도 벌써 3개사에 이른다.
케이알은 이밖에도 4년 동안 27억원을 투자해 사내정보화사업을 완료했으며 직원들에게 연봉과 별도로 특별성과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기혼 및 미혼 직원은 각각 결혼기념일과 생일에 쉴 수 있다. 이들에게 이 회장은 손수 꽃바구니와 선물을 준다.
경기 부천의 금형업체 테코몰드는 전직원 6명에게 1년에 1회 이상씩 해외연수의 기회를 주고 있다. 대표적 굴뚝산업인 금형업계의 풍토에서는 그 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파격’이다.
1차 연수팀 2명은 6월25~29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최되는 국제고무플라스틱공업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고 9월에는 2차 연수팀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열리는 플라스틱 및 고무 박람회로 떠난다.
1인당 150여만원의 소요 경비는 물론 회사가 전액 부담하고 연수기간은 정상근무로 처리된다.
박혁(朴赫)사장은 “실경비와 업무공백을 감안하면 연간 2,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눈에 안 보이는 몇 배의 가외 소득을 거둘 수 있다”며 “직원들은 업무 시야를 넓힐 수 있고 회사 차원에서는 애사심이 넘치는 우수한 인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계 제조ㆍ판매 전문회사 SWC의 임직원들은 올해도 연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150억원을 올린 데 대한 포상으로 전직원 25명이 700%의 상여금을 받았고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연말 ‘상여금 잔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윤집(崔允集) 사장은 “일한 만큼 철저히 보상하는 제도가 정착해 이사 봉급을 능가하는 평직원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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