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가 맘에 안 들어서 안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처음부터 끝까지 현란하게 보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는 톱 배우도 많다.그러나 극장 문을 나서면서 '그남자,너무 재밌지 않니?'라며 머리 속에 남는 배우도 있다.남들은 불을 끄느라 난리인데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는 CF속의 남자?하면 모두가 무릎츨 친다.이문식이다.'공공의 적'에서 어눌한 범인 산수로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을 있게 한 사람이다.'간첩 리철진'에서 택시 강도 중 가장 소심한 강도2,'달마야 놀자'에선 박상면에 맞선 해병대 출신의 체구 작은 대봉 스님(이 영화로 올해 대종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깝게 수상에 실패),'일단 뛰어'에서 돈 훔치러 들어갔다가 개에게 물려 달 속으로 사라졌다 차 위에 떨어진 엉성한 도둑이 바로 그다.이쯤이면 모두가 '아하.그 사람"할 것이다.
항공대에 들어 갔다가 "여학생이 너무 없고,재미도 없어"재수해서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들어 갔단다.졸업 후 오랫동안 연극무대를 통해 연기를 다졌고,그떄 인연을 맺은 장진 감독의 '간첩 리철진'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모든 배우가 언제나 한결 같은 성실과 인간적인 면모로 덕을 쌓기는 어렵지만,그는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 사이에서 늘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첫사랑과 헤어지게 된 사연,입대해서 신참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어느날 동생이 장교로 와 '모든게 꼬였다'는 눈물 나도록 재밌는 군대시절 얘기도 촬영장 뒷마당에서 그에게 들은 즐거운 이야기였다.어느 정도 술에 취하면 보여줬던 코믹 생쇼(?)도 아는 사람은 잘 아는 그와의 추억 중 하나다.
'공공의 적'에서 의자에 묶여 한대 맞고 벽에 부딪힌뒤 스프링처럼 의자를 밀고 다가오는 '우격다짐 취조 장면'을 기억하는가.강우석 감독 이하 설경구,촬영기사까지 웃느라고 계속 NG를 내는 바람에 촬영이 지연됐던 명장면이다.강우석 감독은 "아직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그는 언제나 맛깔스럽게 자기의 역할을 소화해내며 함께 했던 많은 감독들로부터 아낌없는 칭찬을 듣는다.'다음 영화를 약속하고 싶은 배우'로 꼽히는 것은 기본.
최근 매니저가 생겨서 무척 쑥스러워 하고 있는데 "너무 심하게 뜨고 있는 것 아니냐"고 놀려댔더니 얼굴을 붉히며 정색을 했다.카메라 앞에 서면 매끄러운 조화를 갖춘 실력파,사석에서는 이웃집 백수 오빠처럼 편안한 배우 이문식.그러나 무엇보다 곁에서 자주 보고 느낀 그의 최고 매력은 역시'순수'다.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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