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사진을 찍으며 나에게 뭐라 했는데, 나는 도통 영어라고는 한마디로 모르는 사람이라 뭐라 말하는 지 못 알아 들었다. 아마 축하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26일 칸 영화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감독상 수상자로 인터뷰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 "공동 수상자인 앤더슨 감독이 기념 사진 촬영을 할 때 무슨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 100여명의 각국 기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이어 입장한 앤더슨 감독은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확인해 주었다.
25일 열린 외신기자 회견에서 감독은 "나는 감독으로보다 술꾼으로 유명하다" "미녀들을 내 통제하에 둘 수 있어 좋다"고까지 했다.
평소 농을 좋아하는 감독의 성격이 그대로 나온 것이다. 임 감독의 장인정신, 여배우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익히 알고 있는 한국 기자들에게는 웃어 넘길만한 이야기지만 외신기자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임감독이 만일 바이어로 수주하기 위해 떠난 출장 길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면 아마 계약을 성사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칸 영화제는 공들여 만든 관광 상품일 수도 있다. 35개국 88편의 영화가 공식 상영되면서 영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 등 외국어를 쓰는 이방인이 몰려들어 돈을 쓰고 다녔다.
그러나 영화제는 장사와 분명 달랐다. 장사에서는 오직 비교우위라는 한가지 룰만이 적용되지만 영화제는 다양한 문화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그 풍요로움을 함께 나누는 자리이다.
그렇기에 화려하기로는 할리우드 영화를 따라갈 수 없고, 예술적이기로는 유럽 몇 나라를 따라갈 수 없는 한국영화도 가치를 지닐 수 있었다.
임감독이 한국화가 장승업의 이야기로 칸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문화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얼치기 할리우드' 영화가 싫었다는 감독은 영어 대신 독특한 영상미학을 택했다. 그의 선택을 칸은 손들어주었다.
박은주 문화과학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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