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단막극에는 대개 후한 점수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일일드라마처럼 했던 얘기 또 하는 경우도 없고, 미니시리즈처럼 자극적인 소재에 혈안인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여기에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도와 깔끔한 연출력이 더해지면 그 단막극은 두고두고 화제가 된다.
24일 밤10시 방송된 MBC 뮤지컬 드라마 ‘고무신 거꾸로 신은 이유에 대한 상상’(극본 이정은, 연출 한 희)은 이같은 단막극의 장점에 뮤지컬이라는 형식미를 가미했다.
버스 승객과 나이트클럽 춤꾼들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며 주인공을 유혹하는 파격, 드라마 말미에 온 출연자가 한 명씩 나와 인사를 하는 신선함…. 참신했고 유쾌했다.
‘고무신…’은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여주인공 상희(김민정)와 그의 군대 간 남자친구 준수(정태우), 그리고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킹카’ 희연(이동건)의 이야기.
준수를 버리고 희연과 약혼하는 이야기가 결국 상희의 즐거운 몽상이었음이 밝혀지고, 현실 속 준수와 상희는 다시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보면 어쩔 수 없는 통속극인 ‘고무신…’이 참신한 것은 바로 배우들의 흥겨운 노래를 통해 시청자(관객)가 오히려 TV(무대)와 일정 간격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무신을 꺾어 신을까 말까 고민하는 상희와 내심 찬반 양론을 펼치던 시청자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배우들의 가볍디 가벼운 노래.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라 환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시청자는 자유롭게 자신만의 즐거운 상상력에 취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그러면서도 노래가 아닌, 스토리에 비중을 둠으로써 뮤지컬의 엄숙함도 단번에 뛰어넘었다.
노래에 모든 의미심장한 대사를 우격다짐식으로 집어넣으려는 뮤지컬의 과욕을 처음부터 배제한 것이다.
버스 승객(유 열)의 아리아는 그래서 진지한 훈계가 아닌, 단꿈을 꾸다 만난 멋진 신사의 충고로 들린다.
‘고무신…’은 뮤지컬 형식을 제대로 도입했을 때 드라마가 얼마나 유쾌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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