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로 울산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한일월드컵 개최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조 추첨 톱시드 2개국을 포함, 3개국의 훈련캠프를 유치한 울산은 21일 스페인, 25일 터키, 26일 브라질대표팀이 운영요원, 미디어 관계자 등 수백명과 함께 속속 도착하면서 시 전역이 월드컵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다.
울산의 최고 번화가인 남구 삼산동 일대는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롯데호텔), 스페인 임시영사관 및 스페인하우스(현대백화점) 등이 잇따라 오픈, 축구 관계자들과 기자단이 북적거려 ‘월드스트리트’의 이미지가 연출되고 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 FIFA 랭킹 7위 스페인대표팀의 캠프와 연습구장, 프레스센터가 있는 울산 동구일대는 상대팀의 전략을 탐색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려는 축구관계자와 기자단이 대거 몰려들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축구타운’이 됐다.
지난 주말 국내 월드컵 개최도시 중 가장 빠르게 월드컵 문화ㆍ축제공간인 월드빌리지(울산대공원 일원)가 개장되자 시민들도 들뜨기 시작했다.
‘울산과 세계문화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 공간엔 야외공연장을 비롯해 축구홍보관, 월드컵 명승부사진전, 터키문화홍보관, 세계공예품전시관 등 10여개의 아이템 시설이 갖춰져 지난 주말인 25일에는 5만여명, 26일엔 10만여명의 시민들이 찾아 문화월드컵을 체험했다.
특히 야외공연장에서는 25, 26일 밤 개장기념 ‘젊음의 록 콘서트’공연을 시작으로 다음 달 22일까지 재즈콘서트, 세계민속공연, 무용제 등으로 30일간의 월드컵 밤을 축제로 달굴 예정이다.
26일 이곳을 찾은 최서라(24ㆍ남구 신정1동)씨는 “월드컵 개최도시 분위기가 실감난다”면서 “세계속의 울산시민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울산시는 25일 공무원과 시민ㆍ자생단체 회원 등 1만여명을 동원, 거리를 단장하고 시 전역에서 대청소를 실시했다. 또 문수축구경기장 등 5곳에 일제히 관광안내소를 여는 등 손님맞이 준비를 끝냈다.
시는 월드컵기간동안 각국 선수단, 미디어관계자, 응원단, 관광객 등 최소 2만~3만명의 외국인이 방문, 어림잡아 6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제수준의 사계절 천연잔디구장 10면을 포함, 20여면의 잔디구장과 첨단 축구전용 합숙소(연건평 2,209평)를 갖춰 한국축구의 ‘메카’임을 자부해온 울산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적인 축구도시로 비약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시 관계자는 “우승후보를 포함한 3개국의 훈련캠프가 본격 가동되면서 세계 축구인들의 이목이 울산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이 같은 홍보효과와 도시위상 변화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울산이 뜨는 5가지 이유
울산이 가장 먼저 달아오른 이유는 브라질 스페인 터키 등 3개국의 훈련캠프를 유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저변에는 다른 개최지를 압도하는 완비된 축구 인프라가 있다.
▼열광 팬
울산은 인구 105만명 가운데 40% 이상이 20~30대로 한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다. 도시인구의 절반 가량이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세대인 만큼 최근의 화제는 단연 축구이다.
축구동호인 10만명이 뿜어내는 열기는 경기장 만원사례, 조기축구 등 실전 축구의 활성화로 표출된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아파트 베란다에 꽃 상자를 진열하는 등 손님 맞이에도 적극적이다.
넘치는 잔디구장 울산에는 사계절 푸른 천연잔디구장 10면을 비롯, 인구 대비 축구 경기장이 가장 많다. 스페인팀 전용숙소인 서부구장 등은 야간 조명시설은 물론이고 사우나 물리치료실까지 완비, 선수단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현대의 전폭적 지원
울산 열풍의 주축은 ‘축구회사’ 현대중공업이다. 150여개의 축구팀과 1만여명의 동호인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축구전용 숙박시설을 개관하는 등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한 물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대회 2회 우승을 자랑하는 ‘아줌마 축구단’ 캥거루팀도 유명하다.
▼다양한 볼거리ㆍ먹거리
울산의 ‘울(蔚)’자가 빽빽하다는 뜻인 만큼 반구대, 암각화 등 볼거리도 많다. 대형뮤지컬 ‘처용’(27~29일), ‘북의 대합주’ 공연(6월19일) 등 문화행사도 즐비하다. 12가지 맛을 주는 고래고기 등은 별미이다.
▼쾌적한 도시환경
온산공단 등 석유화학 공단을 갖고 있는 울산은 특히 환경 월드컵을 추구한다. 울산시 악취특별대책반 소속 ‘개코부대’ 36명은 24시간 고약한 냄새를 단속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울산에 온 외국인 2題
▼브라질 클로바스
브라질인 후앙 살바도르 클로바스(46)씨는 울산시내 곳곳을 누비며 ‘삼바축구’를 전도하는 민간 외교관이다. 브라질 팀의 상징인 노란색 선수 복장에 만국기를 붙인 렌터카를 몰고 다니는 그는 26일 “브라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일주일 전에 울산에 왔다”면서 “프랑스에 빼앗겼던 FIFA컵을 반드시 되찾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클로바스씨는 브라질대표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라면 본업(무역업)마저 제쳐두는 축구광이다. 그는 “월드컵이 다가오면 흥분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브라질 축구의 위력은 환상적인 선수와 열광적인 팬들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98프랑스대회 등 월드컵때 마다 개최 도시를 찾았고, 브라질에서도 보카 후니어스 팀의 경기는 모두 챙긴다”고 말했다.
“청명한 날씨에 깨끗한 거리, 열심히 일하면서도 항상 웃고 다니는 울산 시민들이 인상적”이라는 클로바스씨는 특히 “잘 가꾼 잔디구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면서 활짝 웃었다.
"4강 가면 國王도 달려와"
▼스페인 패슬러
“스페인이 4강에 올라갈 기미만 보이면 카를로스 국왕 폐하도 달려올 겁니다.”
스페인 임시영사관이랄 수 있는 스페인하우스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총괄하는 타냐 패슬러(27)씨는 26일 “스페인 국민들이 베이스 캠프인 울산을 향해 날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출신으로 지역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기도 한 그의 임무는 스페인 문화를 통해 울산 시민들 사이에 스페인 돌풍을 일으키는 것. 미 보스턴대의 리튼 칼리지에서 현대언어학을 전공한 뒤 ‘카라트 스포트’라는 이벤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스페인하우스 내에 축구박물관, 스페인 현대미술전 등을 기획했다. 그는 “열렬한 축구팬이기도 한 세계적인 테너 훌리오 이글리시아스도 조만간 울산을 방문, 깜짝 쇼를 연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패슬러씨는 “영상 25도 안팎에 약간 습기가 있는 날씨는 마드리드와 흡사하다”면서 “라울, 카마초 등 선수들이 울산 시민의 성원속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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