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병원으로 대형 병원급인 한국원자력병원(서울 노원구 공릉동)이 해부병리, 방사선 등 기초과목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를 한명도 확보하지 못해 중소병원으로 전락하게 됐다.이는 기초과목 전공의 부족이 의료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빚어진 현상으로 향후 ‘제2의 원자력병원’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병원체계상 최상위의 3차 진료기관(종합전문요양기관)인 원자력병원이 내달 말까지 임상병리, 해부병리, 진단방사선, 마취, 소아과 5개 과목에 대한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2차 의료기관으로 병원등급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자력 병원은 의료수가 적용비율도 5%정도 불이익을 받아 연간 15억여원의 수익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 부족으로 병원등급이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자력병원은 암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오는 경우가 많아 ‘4차 진료기관’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가진 암전문 종합병원.
하지만 의료법은 3개 과목 이상 전공의(3년차 이상)를 한명 이상 확보하지 못한 3차 의료기관은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돼 있어 중소병원 전락이 불가피하다.
기초과목 전공의 부족은 다른 국ㆍ공립 병원도 마찬가지로 전문의가 전공의 역할을 대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3차진료기관인 국립의료원 역시 지난해까지 3년차 이상 전공의가 필요한 8개 필수과목중 임상병리, 해부병리, 마취과 전공의를 구하지 못해 등급하락 위기를 겪다 마취과 전공의를 겨우 충원, 등급조정 위기를 넘겼다.
국민건강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일산공단병원도 임상병리, 해부병리, 진단방사선과 전공의를 구하지 못해 전문의들로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원자력병원 이규정(李揆政)기획실장은 “기초과목 전공의 지원이 (필요한 인원의) 50%대에 불과한데다 국ㆍ공립병원은 급여수준도 낮아 전공의 확보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의협 주수호(朱秀虎)공보이사는 “의료수가가 낮은 기초과목 전공을 기피해 수련의들이 재수, 삼수를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초과목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의료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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