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들어온 글들을 읽으면서 인생이란 땅 위에서 고역이란 말이 떠올랐다.새삼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부당한 희생 속에서 이루어지는지 절절히 느낄 수가 있었으니 심사라기보다는 배운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최도선씨의 ‘할미꽃 앞에서’를 최우수작으로 민다. 결혼을 하자마자 병든 시어머니를 수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데 뒤로 갈수록 생생하게 상황묘사를 잘했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뜻일게다. 아픈 시어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젊은 며느리에게 당당할까. 어찌 이럴수 있나, 읽는 사람이 분할 정도였다.
시어머니 약에 쓰려고 사람 뼈를 구하러 갔던 장면은 압권이었다. 읽는 사람을 이러저러한 감정에 생생하게 사로잡히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설득력을 높이 샀다.
진경자씨의 ‘영원한 체류’는 독일 이민생활을 적어온 글이다. 진경자씨 뿐 아니라 이민자들의 글이 적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살게 될 때까지의 애환을 당사자들이 아니면 누가 실감하겠는가.
진경자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파리에서 출발한 기차표를 구하는 장면부터 시작한 것이 신선했으며 문장이 안정되어 있어 글을 많이 써본 분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잡은 땅에서 뜻밖으로 남편을 잃게 되었으나 묘지를 찾아가서 남편과 주고받는 정리가 살아있는 사람과 나누는 정보다 더 깊이가 있었으며 애잔했다. 이 수상이 힘이 되길 바란다. 황새롬씨의 ‘아빠의 귀한 선물’도 우수작으로 민다. 부모, 특히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가감없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대학생으로서의 화자의 입장 또한 과장됨이 없었다. 집안에 노름방을 차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몰린 부모의 입장, 그것을 바라 보아야 하는 자식의 입장 또한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아버지의 죽음이 어머니와 화해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데 좀 더 빨리 화해할 수 있었다면 상실감이 덜했겠으나 인생이 만만치 않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뒤늦게나마 어머니를 감싸 안는 딸에게서 희망의 싹을 본다.
투고해온 글들을 읽으며 수상작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우열이 분명하지 않아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수상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선(選)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이 부담이다. 우열의 차이였다기보다는 설득력의 차이였음을 밝힌다. 글을 읽게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 심사위원=신경숙 ㆍ 정성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