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리처드 세넷 지음ㆍ조 용 옮김1999년 1월28일 스위스 동부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 하나가 등장했다.
세계화를 지칭하는 ‘글로벌리티’(Globality)였다. 그 뒤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와 한 쌍이 돼 세계 자본주의 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 용어가 됐으며 곳곳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수레바퀴처럼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의주의의 핵심은 무엇일까.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뉴욕대 및 런던경제대학 교수)은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유연성’으로 파악한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유연성은 조직의 비연속적 개혁, 생산의 유연 전문화, 중앙 집중이 없는 힘의 결집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특성들이 개인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
세넷은 일을 뜻하는 ‘커리어’(career)와 ‘잡’(job)의 차이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설명하려 한다.
커리어는 마차가 다니는 길이라는 의미로 노동에서는 평생 한 우물만 판다는 뜻. 잡은 짐수레로 실어 나를 수 있는 한 덩어리나 한 조각의 물건.
그런데 유연성 시대의 노동자는 다른 직장으로 내몰리면서 커리어의 의미가 퇴색하고 잡의 의미가 되살아 났다는 것.
세넷은 유연성이 직장을 옮기는 자유, 더 나아가 인생의 자유를 더 많이 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넷은 책에서 ‘유연성’의 문제를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휴먼 다큐식 기법으로 추적하기도 한다.
그들은 유연성 전략을 몸소 겪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유연성 체제에서 도입된 시간자유선택제가 직접 대면에 의한 방식 대신 전자식 방식으로 근로자를 감시하고 근로 수명의 단축을 가져온 사실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를 표류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유연성을 견제할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보다 넓은 공동체 의식, 더 풍부한 감각의 인간성이야말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실패할 운명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왜 인간적으로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야 하는지, 그 소중한 이유를 제시해주지 못하는 체제라면 정통성을 보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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