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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동반의 새역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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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동반의 새역사' 쓴다

입력
200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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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에서 역사적인 전략 핵무기 감축협정에 서명하고 양국간 각 분야의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이로써 양국 관계는 안보 뿐아니라 경제, 외교면에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로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된다. 뉴스위크는 “러시아가 이름 뿐이었던 ‘미국의 라이벌’이란 허울을 벗어던지고 국제 사회에서 일대 역할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의 완전 종식

양국 정상은 이날 ▲핵무기 비축량 1,700~2,200기로 감축 ▲연장합의 없을 시 2009년까지 유효 ▲매년 두차례 쌍무 이행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한 ‘모스크바 조약’에 서명했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일제히 “뒤늦은 냉전 시대의 완전 청산” “비로소 냉전의 커튼을 내리고 새 시대를 열었다”라고 평가했다.

1990년 냉전구도 붕괴 이후 경제난, 연방의 분열 등 위상 추락에도 막강한 핵전력을 바탕으로 상징적으로 ‘공포의 균형’을 유지해 왔던 러시아와 미국간의 이번 합의는 냉전시대적 방위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최근 러시아-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간 관계 개선과 맞물려 전세계에 걸친 전략 구도의 재편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계획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이견을 해소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21일 밝혔듯이 양국 정상은 이날 전략적 관계 선언을 통해 미국이 기존 MD 계획에 제한을 둔 형태로 추진하고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견제할 수 있는 다탄두탄도미사일(MIRV)을 사용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회담의 숨은 핵심은 경제

푸틴 대통령은 23일 저녁 “이번 회담의 핵심은 경제적 동반자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해 군사 분야와 별도로 미국의 대러 무역제재 해제, 대미 석유수출 등 경제적 실익이 또다른 핵심 목표임을 밝혔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 기업인 포럼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점은 미-러 석유기업간 협조와 구 소련 붕괴 10년만에 러시아가 자유시장경제라는 공식 지위를 얻는 것을 미국이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세계 제2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대미 석유수출 증가와 미국의 대러 투자문제 등을 심도깊게 논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한 석유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이해와 유럽에의 수출 의존도를 줄이려는 러시아의 이해가 맞물린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이를 위해 원유 수송을 위한 새로운 파이프 라인의 건설과 구체적인 석유기업간 협력 방침까지 논의했다.

게르만 그레프 러시아 무역장관은 “석유 분야에서의 양국간 관계 강화는 러시아가 미국에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보장하면서 `전략적 동반자'가 되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해소되지 않는 대테러전 갈등

이번 유럽 순방의 또다른 목표로 이라크와의 대테러전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를 노렸던 부시 대통령은 낭패를 거듭하고 있다.

21~23일 독일 방문 내내 100여 도시의 반전ㆍ반미 시위대에 놀랐던 부시 대통령은 23일 의회에서도 독일의 대이라크전 참여 거부 의사를 확인했다.

러시아의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23일 “러시아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단호히 반대했다. 그는 “러시아는 대량학살 무기 확산을 반대하지만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 계획이나 이란 남부의 핵시설 건설 비난은 미-러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부시-푸틴, 대조적 외교 스타일

‘텍사스 카우보이 대 크렘린의 프래그머티스트(실용주의자).’ 핵무기 감축협정을 발판으로 미ㆍ러 신시대를 이끌어가게 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조적인 외교 스타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대통령 모두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강한 미국’과 ‘강한 러시아’를 내걸고 등장했다는 점에서 출발점은 같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두 대통령의 해결방안은 사뭇 다르다.

복잡한 논리를 싫어하고 정치적 제스처에 익숙한 부시 대통령이 종종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의 카우보이에 비유된다면 푸틴 대통령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답게 냉정하고 권위주의적이지만 철저한 실용주의자라는 평을 얻고 있다.

직관과 통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은 단순 명료하다. 세상은 선 아니면 악이고 내편이 아니면 적이다. 특히 9ㆍ11테러 이후 국제 관계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단순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얻고 있다.

외교에서도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현대 미국 지도자 중 개인적 유대를 외교 정책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는 유일한 지도자라고 보도했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小泉純一郞)는 물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을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의 푸틴 대통령은 경제적 곤경에 처해 있는 러시아의 국익에 정치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냉전시대 이념적인 팽창주의를 과감하게 버리고 친서방 정책을 통해 실익을 찾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탄도탄미사일협정(ABM)의 일방적인 탈퇴를 묵인하고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등 대미 협조 노선은 내부에서조차 저자세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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