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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50년후엔 인간능가 로봇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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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50년후엔 인간능가 로봇 나온다"

입력
200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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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50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엮음ㆍ이창희 옮김10년 전만 해도 극소수 컴퓨터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인터넷이 이제는 TV나 냉장고처럼 없어서는 안될 일상적 도구가 됐다.

몇몇 과학자들은 5년 전까지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인간복제 실험에 나섰다.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이 50년 뒤 인류 앞에 어떤 모습의 신천지를 펼쳐 보여줄 것인가.

미국의 저명한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세계 과학계를 이끌고 있는 전문가들을 모아 각 분야의 50년 뒤 미래를 점쳐보게 했다.

이 책은 ‘네이처’ 편집장을 지낸 물리학자 존 매덕스 등 과학자 13명이 내놓은 해답을 엮은 것이다.

첫 장에서 20세기 과학의 성과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를 정리한 뒤 우주, 생명의 신비, 기후, 노화, 의식, 로봇 등 9개 분야의 미래를 짚어간다.

후대 역사가들은 새 천년 초반의 중요한 과학적 성과로 인간 유전자 정보의 세부사항을 밝혀낸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꼽을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인간게놈연구소의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두꺼운 전화번호부 200권 분량에 달하는 인간 DNA의 염기(DAN를 구성하는 단위) 서열이 2003년께면 모두 해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를 토대로 생명체 진화의 신비를 밝혀내고 궁극적으로 질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으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필자가 내놓은 전망은 우리를 들뜨게 한다. 앞으로 10년 내에 유전적 시험을 통해 각 개인이 어떤 병에 어느 정도 취약한지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20년 내 당뇨병 고혈압을 시작으로 2050년쯤에는 많은 잠재적 질병을 발병 전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개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가 가능해져 현재 77세인 평균수명도 90~95세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로봇 개발은 어떤가. 1950년대 과학자들은 컴퓨터의 놀라운 연산 능력에 도취돼 10~20년 뒤면 마루 닦고 잔디 깎는 등의 잡일을 로봇이 대신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 꿈을 좇던 수많은 과학자들이 좌절했고 수많은 신생 기업들이 도산했다.

카네기멜론대 로봇연구소 수석과학자인 한스 모라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지 않은 장래에 꿈의 로봇이 출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10년 뒤면 도마뱀 정도의 인식 능력을 갖추고 잡일을 대신할 1세대 로봇이 등장하고 쥐, 원숭이 수준을 거쳐 2040년이면 로봇 과학의 궁극적 목표인 인간의 지능을 닮은 4세대 로봇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점친다.

필자는 낙관론의 근거로 최근 전자기술 및 소프트웨어의 비약적 발전 등을 든다.

그는 2050년이 오기 전 로봇의 지능이 인간을 능가해 교육받은 ‘과학자 로봇’이 과학적 성과를 독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즐겁게’ 예측하지만, 거기서 섬뜩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선천ㆍ후천 논쟁’의 미래를 다룬 대목도 흥미롭다. 유전자가 인간의 행동과 관계 있다고 믿는 생물학자와 학습의 결과임을 강조하는 사회학자 간의 싸움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왔다.

애틀란타 영장류연구센터의 생물종간 관계연구소장 프란스 데 바알은 그 지루한 논쟁의 역사를 “북소리를 고수가 내는 것인지, 북이 내는 것인지를 묻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는 영장류 연구가 한스 쿰머의 말을 빌어 질타한다.

그는 과거의 흑백 논리가 머지 않아 유전적 영향과 학습 효과, 문화적 요소 등을 두루 살피는 통합적 시각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뻔한 결론 같지만 “낡은 선천-후천 논쟁을 조용히 무덤으로 보낼 때 인간 행동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필자의 충고는 새겨들을 만하다.

예측에 대한 확신의 강도는 필자들마다 다르지만, 그들이 그리는 과학의 미래는 퍽 밝아 보인다. 이들의 점괘가 과연 맞아 떨어질까.

2050년까지 살아 지켜보는 수 밖에 없겠지만, 서문에 따르면 편자가 아주 먼 미래가 아닌 50년 뒤를 상정한 데는 많은 독자들이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도 담겨있다.

전문 용어들이 간단한 설명조차 없이 쓰인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 흠이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석학들의 목소리에 끝까지 귀를 기울여보면 독자는 나름의 ‘21세기 과학 지형도’를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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