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그룹 1) '불면 꺼질까, 쥐면 터질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속담 그룹 2)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시켜라' '자식은 매일 한대씩 때려야 한다. 그 이유는 자식이 더 잘 안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버린다' …
아이들 키우기는 날이 갈수록 수수께끼 같다. 딸만 둘 있는 내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딸 잘 키웠다 소리를 들을 것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쉽게 떠오르는 모범답안이 있긴 하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전교 몇 등 척척해서 부모 체면 세워주고 명문대 입학해 주면 그보다 더한 효도는 없다는 게 요즘 부모들의 속마음일 게다.
공부 잘 한다는 이유로, 아니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설겆이나 자기방 청소 한번 안해보고 성년이 된 딸들도 그래서 요즘엔 드물지 않다.
은근한, 때론 노골적인 차별을 당하며 자란 40대 엄마들은 '난 우리 엄마처럼은 안 할꺼야'라며 보란듯이 딸들을 귀하게 키우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일단 바람직한 일이다.
'덕규'라는 매우 남성적인 이름을 가진 덕분에 '남자분인 줄 알았어요'라는 인사도 참 많이 받았다.
그중 눈치빠른 사람은 '둘째나 세째딸이셨나봐요'라고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하루빨리 장손 보길 원하셨던 할아버지는 그 염원을 담아 둘째 손녀에게 '규'자 항렬에 따라 이름을 지어주셨다.
그 결과 남동생을 보긴 했지만 '아들을 위해 이름마저 이용당한' 딸로서 사춘기때는 마음의 상처도 받았었다.
요즘 여자아이들? 이런 자기희생적 이름 가진 아이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민선, 수지, 서현, 수정, 리라… 곱기만 한 여자이름이거나 민호, 성희, 정하, 지성 등 중성적 이미지의 이름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지위향상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손에 물 한번 안 묻히고 곱게 자라는 요즘 여자아이들을 보면 그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걸 어쩔 수 없다.
명문여대 앞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점원들이 가장 질색하는 손님이 바로 그 학교 여대생들이란다. 까다롭고, 요구사항 많으며, 조그만 실수나 부족함도 참지를 못하기 때문이란다.
성공한 여성들의 출생 순위를 연구해 보고 싶은 적이 있었다. 적당한 차별이나 박해는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여성의 경쟁력은, 집에서 구박 받고 자란 딸들의 강인한 정신력 덕분인지도 모른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딸들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강한 여성으로 키우려면 속담 그룹 2)의 정신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덕규ㆍ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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