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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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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미쇼

입력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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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5월24일 시인 앙리 미쇼가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1984년 몰(歿). 화가이기도 했던 미쇼는 벨기에인으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죽었다.그는 젊은 시절에 선원으로 일하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고, 그 체험을 신비주의적 상상력으로 버무려 시를 쓰기 시작했다.

미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배 시인은 ‘말도로르의 노래’의 로트레아몽과 ‘불행한 프랑스의 시’의 쥘 쉬페르비엘인데, 둘 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출생의 프랑스인으로 이민자 정서를 문학 세계의 밑바탕에 깔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프랑스 문단에서 미쇼의 문학 세계를 가장 열렬히 선양한 사람은 소설가 앙드레 지드였다.

남아메리카와 아시아 여행 체험을 담은 미쇼의 ‘에콰도르’와 ‘아시아의 한 야만인’을 읽고 그 날랜 상상력에 감동한 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남프랑스에서 미쇼를 만나 교유를 시작한 뒤 ‘앙리 미쇼를 발견하자’는 강연을 통해 미쇼 붐을 만들어냈다.

미쇼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정신의 한 극점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미쇼의 시 ‘빙산’. “난간도 울타리도 없는 빙산에, 늙고 지친 가마우지들과 막 죽은 수부들의 망령이 찾아와 북극의 마(魔)와 같은 밤에 팔꿈치를 괸다// 빙산, 빙산, 영원한 겨울의 종교 없는 성당들, 행성 지구(地球)의 빙모(氷帽)를 쓴.

추위에서 태어난 너의 기슭은 얼마나 고귀하고 순결한가// 빙산, 빙산, 북대서양의 등,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바다 위에 얼어붙은 장엄한 불상(佛像), 출구 없는 죽음의 번쩍이는 등대, 침묵의 절규는 수백년 계속되네// 빙산, 빙산, 부족한 것 없이 홀로 있는, 막히고 멀고 벌레없는 나라. 섬들의 가족이고 샘들의 가족인 너희들이 내게는 얼마나 친숙한지.”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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