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휴지조각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회사원 조모(29ㆍ서울 노원구)씨는 다음달 8일 서귀포에서 열리는 브라질 대 중국전 ‘프레스티지 실버’ 티켓 2매를 지난달 구입했다.
구입 금액은 장당 65만원. 그는 “중국 티켓이 동이 나고 암표 값도 치솟을 것이라는 얘기에 솔깃해 주식 투자한 셈 치고 샀는데 팔 곳이 없다”며 “스팸 메일을 보내든지 휴가를 내고 서귀포로 내려가 현장 판매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울상 지었다.
■‘암표 좀 사주세요’
월드컵 티켓을 다량 구입한 ‘개미 암표상’들이 판매 통로가 막혀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판매될 예정이던 중국전 티켓 추가물량 1만여장과 한국전 3,000여장이 국내 판매된다는 소식은 암표상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게다가 월드컵조직위원회와 경찰이 암표 판매의 중요 통로였던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와 수사를 병행함에 따라 개미 암표상들의 입지마저 좁아진 상태.
현재 조직위는 30여개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에게 공문을 보내 인터넷에서 월드컵 티켓을 사고 파는 내용의 글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실제 야후 등 주요 포털사이트와 경매사이트는 ‘월드컵 티켓…’이 나오는 즉시 삭제하고 있다.
■암거래 광고도 자취 감춰
80여만원의 거금을 들여 준결승전, 중국전 등 무려 10장의 티켓을 분산 구입했다는 홍모(25ㆍ회사원)씨도 티켓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는 “여기저기 여행사에 전화를 해봤지만 소용 없었다”며 “몇 달 전만 해도 인터넷 사이트를 도배하던 ‘10배’, ‘20배’ 하던 글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가까운 사람에게 웃돈을 주고 팔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최근 여행사에는 홍씨처럼 티켓 판매를 권유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C여행사 관계자는 “‘16만원짜리 표가 4장 있는데 장당 60만원만 쳐달라’는 등 은밀한 전화가 하루 수십통에 이른다”며 “최근 지자체 등에서 표를 원가에 팔고 있어 암표가 필요 없다”고 못박았다.
월드컵 조직위 관계자는 “인터넷과 경기 현장의 암거래 상황을 집중 모니터 해 FIFA와 정부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티켓 암거래는 ‘지적재산권 침해’로 민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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