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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밀리언 달러 호텔' - 죽은 부랑아가 재벌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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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밀리언 달러 호텔' - 죽은 부랑아가 재벌아들…

입력
200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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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그룹 U2의 리더 보노(42)는 허물어져가는 LA의 한 호텔을 발견했다.1917년 지어져 진짜 백만장자들이 모여들어 문전성시를 이루던 호텔은 이제는 유랑자와 마약복용자들의 소굴이 되어 있었다.

이 호텔의 옥상에서 뛰어 내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런 상상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망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 빔 벤더스(57)에게 보였다.

빔 벤더스는 U2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바 있으며, U2는 빔 감독의 영화 ‘이 세상 끝까지’ ‘폭력의 종말’의 영화음악을 맡았던 사이.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밀리언 달러 호텔’(Million Dollar Hotel)이다.

백만장자 호텔에 몰려든 것은 알거지 직전의 부랑아들. 그러나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던 이 호텔에 사건이 발생한다.

마약을 밥처럼 먹고 살던 이지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다.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고, 이지가 언론재벌의 아들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더욱 확대된다. FBI 요원 스키너(멜 깁슨)가 파견된다.

스키너 눈에 보이는 호텔은 정신병동과 같다. 명랑한 바보 톰톰(제레미 데이비스) 그가 사랑하는 여자 엘로이즈(밀라 요보비치) 인디언 제로니모, 자신이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감이라고 생각하는 쇼티, 비틀즈의 다섯번째 멤버라고 주장하는 록가수 딕시, 죽은 이지가 자신을 사랑했었다고 주장하는 비비안.

그러나 스키너 역시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위협한다”는 딕시의 말에 “그럼 그 때 또 볼 수 있겠군”이라고 응수하는 스키너, 목 디스크 때문에 목에 깁스를 한 그는 폼만 재는 엉뚱한 수사관이다.

옥상에서 장난을 치다 떨어지는 이지를 구해주지 않은 톰톰. 엘로이즈를 짝사랑하고 있던 톰톰이 여자를 성적으로 농락한 이지에 대해 복수를 한 것.

영화는 톰톰의 비밀을 들춰내는 것으로 끝난다.

‘밀리언 달러 호텔’은 호텔의 이름처럼 허세가 가득한 세상에 허위와 위선을 먹고 사는 이들의 세상을 보여준다.

‘베를린 천사의 시’처럼 높은 곳에서 땅을 내려다 보지만, 시점은 분명히 더 차이가 난다.

미국 영화를 좋아한다면서도 미국식의 삶을 경멸하는 감독의 시선이 녹아있다.

멜 깁슨의 뻣뻣한 태도는 그 수준이 어찌나 심한지 할리우드 영화의 수많은 FBI 수사관에 대한 조롱으로 보인다.

2000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이 영화는 미국의 수출업자가 “영화보다 먼저 나와도 좋다”며 비디오 판권을 팔아 영화 개봉에 앞서 최근 비디오가 출시됐다.

당황한 영화수입사가 제 돈을 들여 비디오를 전부 회수하고 영화 개봉 후 비디오를 내기로 했다. 물론 비디오로 한 번 보고 때우기는 아까운 영화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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