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기자실. 전날 공개된 타이거풀스(TPI)의 정치인 후원금 리스트'에 오른 한 중진 의원이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1999년부터 지난 해까지 4차례 후원회를 열어 총 350만원을 받았지만, 모두 영수증 처리를 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하기위해서였다.
'TPI 로비 태풍'이 최근 여의도 정가를 강타하면서, 여느 당을 막론하고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의 이 같은 해명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공통점은 한결같이 "통상적인 후원금이었고, 정상적으로 영수증을 써줬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실정법을 어기지 않았다는데 초점이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후원금이 마치 면죄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뭔가 개운치 않다.
TPI 리스트에서 보듯, 언론에 공개된 후원금 규모와 정치인 명단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부자들이 신원 노출을 피하기 위해 법인이나 제 3자 명의 등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음성적 정치자금을 건넸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더 큰 문제는 의원들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상임위 관련 산하 단체나 기업체들로부터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국정감사 시기에 맞춰 후원회를 여는 의원들이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러다 보면 국정 현안에 대해 매섭고 날카로운 추궁이 이뤄져야 할 국정감사가 '솜방망이' 를 휘두르는 전시성 행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TPI 관련 상임위인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은 TPI가 체육복표 사업권자로 선정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봐주기'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외국처럼 정치자금 상한선을 없애고, 금액과 제공자 명단을 공개하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정치인 스스로가 '도덕 불감증'에서 벗어나 자정 노력을 펼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정철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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