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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달콤한 열여섯' 로치 감독…가난은 희망을 어떻게 폐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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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달콤한 열여섯' 로치 감독…가난은 희망을 어떻게 폐기하는가

입력
200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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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 세상으로부터 속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학교는 가난한 학생들의 몇가지 특성만 보고는 그들을 목수나 엔지니어로 만드는 직업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그들 안에 과연 그런 것들만 있을까.”‘레이닝 스톤’ ‘랜드 앤드 프리덤’ ‘빵과 장미’ 등으로 본선경쟁에 참가해 ‘칸의 단골손님’이 된 영국 켄 로치 감독(66)은 왕성하게 활동중인 몇 안되는 유럽 좌파 감독 .

이번에 본선에 진출한 ‘달콤한 열여섯(Sweet Sixteen)’은 스코틀랜드의 퇴락한 공업 도시 글래스고의 불행한 소년들을 비춘다.

감옥에 간 엄마의 출소를 기다리며 소년은 깨진 가정을 다시 일구는 꿈을 꾼다.

영화는 유쾌하고 재능있는 소년이 어떻게 마약딜러가 되고, 마침내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미기 위해 자식을 버리는 어머니를 살해하게 되는가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달콤한 열여섯’은 매우 쓰다.

“글래스고는 불만과 소외로 가득 찼다. 가난은 어쩌면 상대적인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일종의 희망을 방기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24일 국내 개봉하는 ‘빵과 장미’(2000년)에서 노동자에게는 생존만 아니라 희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던 감독은 이 영화에서 희망의 폐기과정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있다.

‘달콤한 열여섯’은 전작 ‘내 이름은 조(My Name Is Joeㆍ98년)’에 이은 글래스고 3부작 중 두번째 .

10년간 함께 작업하고 있는 폴 래버티의 시나리오를 통해 그는 스코틀랜드에서만 연간 4만명이 자퇴하는 복지국가 영국의 현실을 까발리고 있는 것이다.

‘달콤한 열여섯’은 영국 영화임에도 스코틀랜드 억양이 너무 강해 영화제에 한해 영어 자막본을 상영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상영할 때는 지역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 자막 없이 하겠다”는 게 감독의 생각.

300명의 지원자 중 선발한 아마추어 배우 마틴 콤스톤 등 출연자 대부분이 현지인.

“감독은 나에게 배우이길 원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재능을 꺼내 놓도록 인도했다”고 콤스톤은 말했다. “

자연스럽게 재능을 발휘토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자 제도”라는 그의 사상이 영화 연출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는 셈이다.

칸=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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