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에서 개막된 국제포경위원회(IWC) 제54차 연차회의에서 상업 포경(捕鯨) 재개 등을 놓고 찬성국과 반대국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IWC는 1982년 고래 개체수 등 고래자원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확정될 때까지 상업 포경을 일시정지(모라토리엄)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47개국이 참가해 24일 폐막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고래 포획량을 과학적으로 산출해 국제적 감시 하에 잡는 개정관리제도(RMS)의 조기 완성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RMS의 완성은 상업포경 재개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과 함께 전통적인 포경 국가인 일본은 9년 만에 이번 회의를 유치해 포경 재개를 위해 선두에 서서 각국을 설득하고 있다.
일본은 “상업포경 모라토리엄 이후 고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세계 연간 해면(海面) 어업생산량의 3~5배인 2억 5,000만톤~4억 4,000만톤의 해양생물자원을 잡아먹어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의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처럼 고래 자원을 보호하면서도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지속적인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고래잡이 어민 단체들도 “20세기 초 공업용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미국 등이 고래를 남획한 것이 자원 고갈의 진짜 원인이지 주로 먹거리로 고래를 잡아 온 일본의 책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일본측 주장에는 그라나다 파라오 등 카리브해와 남태평양의 소국 9개국이 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영국 뉴질랜드 멕시코 브라질 등 상업 포경을 강경하게 반대하는 5개국은 20일 회의 개막에 앞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고래 개체수가 늘어 해양자원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일본측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들은 오히려 일본이 고래자원 조사를 명목으로 실시하고 있는 이른바 ‘조사 포경’까지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 참가 47개국 중 포경 반대국이 24개국이고 한국 중국 러시아 등 18개국은 중립적 입장이다. 구속력 없는 결의는 참가국의 과반수 찬성, 구속력 있는 중요 안건은 4분의 3 찬성이라는 회의 규정상 일본측 입장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고래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어민들이 연안에서 소형선을 사용해 연간 50마리의 밍크 고래를 잡는 것을 허용해 주자는 일본측의 제안이 21일 이미 찬성 20표, 반대 21표로 부결됐다. 상업 포경 재개에 찬성하는 아이슬란드의 IWC 재가입 안건도 부결됐다.
대회장 주변에는 ‘지속적 이용 세계 의원연맹(SUPU)’과 일본의 고래잡이 어민단체 등이 연일 상업 포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시위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 그린피스 등 환경ㆍ동물보호 단체들도 상업 포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장외 대결도 치열하다.
그린피스 등은 “일본이 대외개발원조(ODA)를 무기로 개발도상국들을 IWC에 가입시켜 자국의 주장에 찬성하게 하는 ‘매표 공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日, 포경회의 만찬에 '고래고기'
20일 밤 열린 IWC 연차회의 환영 리셉션장에 고래고기 요리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 정부와 야마구치(山口)현 등이 주최한 리셉션장에 일본측이 “고래고기 식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취지로 고래고기 요리를 내놓았다.
고래를 먹는 5개국의 조리법으로 만든 10종류의 고래고기 요리를 카리브해 국가 대표, 노르웨이 대표 등은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멕시코 칠레 등 포경 반대국 대표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일본의 고래잡이 어민 단체들은 상업 포경 금지로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고래고기 요리를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자 학교 급식에 고래고기를 내놓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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