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사는 길거리에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미국의 뿌리에 관한 영화이다. 어느 정도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으로 시작하기는 했지만…"'스콜세지 감독과 영화를 찍는 게 꿈'이라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미국 산업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60).
그 둘이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올 크리스마스 시즌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의 20분짜리 특별예고편이 21일(한국시간) 칸 비치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개됐다.
샤론 스톤, 밀라 요보비치 등 배우와 VIP, 평론가. 기자 등 2,000여명의 관객은 이들이 여주인공 역을 맡은 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환호성을 울리며 열광했다.
할리우드 시사회장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었다.
'갱스 오브 뉴욕'은 제작비 8.700만 달러로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오스카상을 휩쓸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제작.
아일랜드인의 미국 이민이 시작된 1840년대부터 시작, 17년간의 운명적 대결을 그리고 있다.
1846년 앵글로색슨 원주민인 '칼잡이 빌'(대니얼 데이 루이스)에게 아버지를 잃은 암스텔담 발론(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빌의 수하에 들어가 갱단이 된다.
빌에 대한 복수심을 키우던 그는 소매치기 제니(카메론 디아즈)와 사랑에 빠지며, 빌과는 원수이자연적이 된다.
스콜세지 감독은 "70년에 허버트 오스버리의 소설 '뉴욕의 갱들: 미국 암흑가의 정사(正史)'를 하루 만에 읽었다. 그 안에는 유년시절부터 궁금했던 모든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인 그는 '비열한 거리'로 자신의 유년을 추억하고, '갱스 오브 뉴욕'으로 미국 역사에 대한 가설을 세운 것이다.
"맨해튼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낡은 자갈길을 걸으며, 내가 자란 도시와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얻었다. 1860년대 하급계층의 삶을 통해, 밀려드는 이민족과 부패한 권력, 그리고 암흑가의 지배자가 공존하는 미국의 생성기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예고편 마지막 문구에 '미국은 길거리에서 태어났다'고 선언한 스콜세지 감독은 미국의 역사를 사회적 혼란과 종교적 갈등, 배반과 대결, 그리고 화해로 해석한다.
감독의 이러한 사상을 뒷받침하듯 영화에는 대규모로 군중들의 충돌장면이 보인다.
'성난 황소'에서처럼 카메라는 배우들에게 바짝 다가붙고 때로는 느린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고조시켰다.
현재 막바지 편집 중이며, 영화는 2시간 30분짜리가 될 예정이다.
스콜세지 감독은 또 이날 지난 3월 사망한 빌리 와일더 감독에게 바치는 '빌리 와일더에 대한 경배(Homage To Billy Wilder)'에서 '사브리나' '뜨거운 것이 좋아' '17 포로수용소' 등 6편의 대표작을 편집한 특별프로그램도 공개했다.
"여덟 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선셋대로'를 보았다. 그의 영화에는 서부극과 뮤지컬, 블랙 유머까지 녹아있어 일종의 공포영화 같은 충격을 주었다. 그의 영화를 보면서 언제나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나는 그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찬 일종의 괴물이었다"고 빌리 와일더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1998년 감독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데 그는 나의 손을 잡고 '당신의 시간이 부럽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그와의 시간이 그립다."
칸=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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