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문학의 대표 작가 채만식(蔡萬植ㆍ1902~1950)의 소설 네 편이 새롭게 발굴됐다.올해는 채만식 탄생 100주년으로 학계에서는 더욱 의미 있는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만식은 식민지 사회의 허위와 부정을 풍자적인 방법으로 묘사하고 날카롭게 비판한 소설가였다.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 등 그의 대표작은 한국문학사에서 뚜렷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손정수(33)씨는 이번 주말 출간되는 ‘현대문학’ 6월호에 ‘순녜의 시집살이’ ‘박명’ ‘봉투에 든 돈’ ‘수돌이’ 등 소설 네 편의 내용을 공개하고, ‘수돌이’의 전문을 실었다.
이들 작품은 채만식이 1920년대 신문과 잡지에 발표했던 것. 장편 ‘박명’과 ‘순녜의 시집살이’는 각각 1925, 6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것으로, 채만식이 동아일보사 기자로 재직하던 당시 씌어졌다.
단편 ‘수돌이’는 1927년 잡지 ‘동광’ 에 발표했으며, 같은 해 ‘현대평론’에 발표한 단편 ‘봉투에 든 돈’도 함께 소개됐다.
이들 소설이 묻혀졌던 것은 채만식이 ‘화서(華胥)’라는 필명을 사용해 작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채만식의 호는 ‘백릉(白菱)’으로 알려져 있지만 손정수씨의 연구 결과 ‘화서’라는 호를 한동안 사용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잡지 ‘혜성’ 1931년 9월호에 실린 ‘조선 문인의 푸로필’이라는 글에서 채만식에 관한 항목을 살펴보면, “蔡萬植氏의 존재는 최근 朝鮮文壇(조선문단)의 한 異彩(이채)라고 할 수 잇다…號(호)는 전에 華胥(화서)라고 햇는데…요지음은 본명 그대로 쓴다”고 나와 있다.
‘수돌이’는 이번 발굴작 중 가장 소설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주인공 수돌이가 기르던 닭의 다리가 부러진 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부잣집 아들 병수의 소행이라고 생각한 수돌이는 닭 값을 보상받기 위해 병수를 찾아가지만, 모욕만 당한다.
가난 때문에 조롱당했다고 생각한 수돌이는 돈을 따기 위해 화투판에 끼어든다. 빚까지 얻어가며 노름을 벌이지만, 저금통장에 있던 돈마저 모두 잃는다.
작품에서는 노름판에 뛰어드는 수돌의 심리, 시시각각 불리하게 진행되는 판세, 협잡의 음침한 분위기, 수돌 앞에 다가온 잔인한 운명 등 서사의 진행과 노름판의 묘사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손씨는 “무엇보다 수돌의 아버지 강참봉에 대한 묘사가 그의 1938년작 ‘태평천하’의 윤직원 영감과 닮아 있고,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가 능숙하고 실감나게 구사됐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며 “‘수돌이’는 1930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채만식 소설의 주요 모티프와 특징적 인물형의 전조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순녜의 시집살이’와 ‘박명’, ‘봉투에 든 돈’은 여성의 비극적 삶과 운명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 경향으로 묶여진다.
‘순녜의 시집살이’에서 주인공 순례는 어렸을 적부터 구박을 받고 살다가 시집을 간 뒤에도 모진 고초를 겪는다.
‘박명’에서 남편이 죽고 과부가 된 봉희는 교활한 남자 길용을 만나 사기를 당하고 자결하며, ‘봉투에 든 돈’에서 기생 봉희는 경제적인 현실과 인간애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이중으로 고통받는다.
손정수씨는 “채만식이 식민지 시대 어느 작가 못지않게 지속적으로 여성들의 삶을 형상화하게 된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이들 작품은 그 소재만으로도 존재 의미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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